의료급여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7월부터 의료급여환자 본인부담금제가 시행되자 의협이 불복종을 선언하며 대상환자들에게 무료진료를 하고, 정부는 진료비를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재정 건실화의 불가피성을, 의협은 빈곤층 환자의 진료권을 강조한다. 대입 내신문제로 교육부와 대학이 다투어 시끄러운 판에 다른 쪽에서 또 새로운 싸움이 커져가는 꼴이다.
우선 정부 시책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제도는 무료진료를 받던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 빈곤층 103만 여명에게 건강 여부와 관계없이 월 6,000원씩 지급하고 진료 때마다 1,000~1,500원씩 내라는 것이다.
불필요한 진료를 막겠다는 발상이지만 실제로 여러 번 병ㆍ의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 무의미한 혜택이며, 건강한 사람에겐 줄 이유가 없는 돈이다. 합리적 의료 공급을 위해 최선책을 궁리하지 않고 행정편의만 도모했다는 비난은 당연하다.
빈곤층 진료를 횟수로 제한해선 안 된다는 의협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일부의 의료쇼핑이나 과잉진료가 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이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의 외래명세서 등 진료내역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인력난과 행정비용을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떻게든 진료 횟수를 늘려 이득만 높이려 든다는 지적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의료급여는 청구하되 빈곤층의 (개인부담)진료비를 안 받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개운치 않은 일이다.
복지부와 의협이 서로의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감정싸움을 누그러뜨리지 않는 진짜 이유는 8월부터 시행되는 외래환자 본인부담 정률제와 9월부터 시범 실시되는 성분명(成分名) 처방제를 앞둔 기싸움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바탕에 깐 채 다수의 복지니 국민 건강이니 하는 허울만 내세우고 있으니 타협과 절충이 있을 수 없다. 국민과 환자를 핑계로 접점 없는 싸움만 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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