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2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11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이자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한국의 평창이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 결정 1차 투표에서 무려 51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던 것이다.
비록 결선 투표에서 밴쿠버에 3표차로 역전패 하긴 했지만 강원도 산골 오지마을이 세계적 스키 휴양도시인 밴쿠버와 잘츠부르크를 눌렀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었다. 당초 ‘아웃사이더(승리 가능성이 없는 후보)’로 폄하됐던 평창은 투표 직후 일부 IOC위원들로부터 “2014년 개최지는 평창이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꼭 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적도의 땅 과테말라에서는 한국 평창, 러시아 소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3개 도시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결승선(5일)은 눈 앞에 다가왔지만 4년 전 장담과는 달리 러시아의 막판 물량 공세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박빙의 판세다.
다행스러운 것은 4년 전과 같은 적전 분열이 없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김운용 IOC위원이 정부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IOC부위원장에 출마, 평창의 득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논란이 제기됐었다. 결국 김 위원의 석연치 않은 행보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방해 논란에 휩싸이며 ‘김운용 책임론’까지 대두되는 등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도 전세기를 타고 날아가 힘을 보태고 있고, 이건희 IOC위원부터 동계 스포츠 스타들까지 한 마음으로 득표 활동을 벌이고 있어 마음 든든하다.
평창은 6월4일 발표된 IOC 조사평가위원회의 현지 실사보고서에서 잘츠부르크와 소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림픽 전문매체 게임즈비즈 닷컴이 6월27일 발표한 2014 동계올림픽 유치지수 최종평가에서도 64.99점을 얻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말했듯이 ‘선거와 투표는 마지막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현실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9대의 전세기를 동원하고, 아이스링크를 직접 공수해와 적도의 땅 한가운데에서 아이스 쇼를 펼치며 득표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깜짝 공약’으로 뒤집기를 연출하겠다고 공공연히 큰 소리치고 있어 평창유치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결국 러시아 소치의 막판 물량공세를 지나친 상업주의를 지양한다는 IOC 위원들이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개최지의 향배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평창의 상대인 러시아 소치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우리와 비교도 안 되는 동계스포츠 강국이다. 한국은 쇼트트랙에서는 금메달을 휩쓸고 있지만 스키나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단 한 개의 금메달도 획득한 적이 없다. 다만 평창은 현재의 환경과 조건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통한 강력한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하계올림픽(1988), 축구월드컵(2002), 세계육상선수권대회(2011)에 이어 4대 스포츠 빅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5번째 나라가 된다. 또한 올들어 2011년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성공에 이어 ‘트리플 크라운’까지 달성하게 된다. 과테말라에서 날아 올 승전보를 기대해 본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