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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교실'… 해부용 시체 '카데바'무서운 건 그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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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교실'… 해부용 시체 '카데바'무서운 건 그것 뿐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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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지만 다르지는 않다. 12일 개봉하는 <해부학 교실> (감독 손태웅)은 해부실습용 시체, ‘카데바’를 관객들의 눈 앞에 들이민다. 죽은 사람의 핏기 없는 육신을 대하는 낯설고 섬뜩한 체험을 선사한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거기까지.

소재의 참신함은 그것을 받쳐줄 연출력과 배우를 만나지 못한 채 영화 속에서 부유한다. 진부한 스토리 전개방식도 개당 4,000만원짜리 모형 카데바로 빚어낸 공포의 순도(純度)를 영화 <링> 의 주인공 ‘사다코’로 떨어뜨린다. 뭔가 색다른 재료를 쓴 것 같은데 조리법은 똑 같은 요리를 먹고 난 기분. <해부학 교실> 을 보고 난 뒷맛이다.

영화의 배경은 해부학 실습이 진행되는 의과대학. 무척이나 다른 환경과 성격을 가진 여섯 명의 본과 1년생들이 해부학 수업의 한 팀이 된다.

이들에게 배정된 카데바는 가슴에 장미꽃 문신이 있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하지만 그 카데바를 접한 뒤, 팀원들은 알 수 없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고 하나씩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살아 남은 팀원들은 카데바의 존재에 의심을 품고 스스로 미스터리의 한복판으로 접근해 간다. 의문의 실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수록 선화(한지민)는 감추고 있던 자신의 과거가 카데바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배우가 가진 이미지 탓에 호러의 부피가 축소되는 것을 저어했을까. 한지민을 제외하곤 하나 같이 신인들을 기용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뚝뚝 끊기는 연기와 어색한 분위기는 영화 전반부를 시트콤처럼 만들어 버렸다. 영화의 흐름은 군데군데 갈피를 잃은 듯 혼란스럽고, 복잡한 인물들의 관계를 쫓아가는 카메라의 시선도 산만하게 겹쳐진다. 비교적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가 현장의 혼란스러움 때문에 힘을 잃은 듯하다.

관람등급을 15세로 낮추기 위해서인지 많은 공을 들인 카데바의 모습도 슬쩍 비춰지고 만다. 때문에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되는 시각적 즐거움(공포)이 반감돼 버렸다.

<해부학 교실> 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선화가 카데바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시퀀스. 제3자들의 플래시백(과거회상) 공간 속으로 선화가 들어가 관찰자가 되는 설정은 <올드보이> 의 오대수(최민식)가 이우진(유지태)의 비밀을 깨닫는 시퀀스와 꼭 닮았다.

구질구질한 대사와 장면 없이, 중요한 흐름의 전환을 깔끔하고 입체적으로 마름질해 낸 솜씨가 돋보인다. 실습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관객의 체감온도를 뚝 떨어뜨리는 금속성의 음향효과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영화는 마지막 순간 회심의 반전을 준비해 놓고 있다. 그러나 치밀한 계산이 없는 반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 영화는 여실히 보여준다.

뜻밖의 결말은 있지만 그것을 예고하는 복선이나 내러티브의 뼈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의 전개를 따라온 자신의 기억을 되짚는, 자신을 추체험함으로써 사고(思考)의 관성이 깨지는 짜릿함을 맛보는 것이 반전이다. 하지만 그러한 붕괴과정에 수학적 정교함이 없다면 그것은 반전이 아니라 전복일 뿐이다. 설령 으스스한 분위기로 그 엉성함을 덮어버린다고 할지라도.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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