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팀이 우승한데다 저도 제 몫을 했는데 연봉 삭감이라뇨?”
“미안하지만 샐러리캡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고충을 이해해 달라.”
프로배구 2006~07시즌 우승팀 현대캐피탈이 연봉 협상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다. 연봉협상하면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선수와 한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구단의 실랑이가 벌어지기 마련. 하지만 현대캐피탈 김상욱 단장은 4일 “그 동안 고생한 선수들에게 연봉을 올려주고 싶어도 샐러리캡 때문에 오히려 깎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배구연맹의 샐러리캡은 14억 3,000만원. 현대캐피탈 선수단 16명의 연봉 합계가 14억 3,0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현대캐피탈은 후인정, 권영민, 이선규 등 지난해 국가대표로 뛴 선수만 8명. 따라서 간판스타 몇 명과 계약하면 나머지 선수들에게 나눠줄 연봉이 부족하다. 연봉을 올려주고 싶어도 샐러리캡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처음 생긴 샐러리캡은 선수 몸값이 치솟는 것과 구단의 적자 운영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러나 한국프로배구는 선수들의 몸값이 높지 않아 샐러리캡이 누구를 위한 제도냐는 비난이 배구계에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 등은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타종목과 비교할 때 연봉이 지나치게 낮아서 창피하다’며 연봉 공개를 거부했다.
프로배구 최고 연봉은 최근 계약서에 서명한 현대캐피탈 후인정이 받을 1억 3,000만원. 프로농구 김주성(동부)의 연봉 6억 8,000만원과 김승현(오리온스)의 6억 3,000만원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선수와 구단에게 눈총을 받고 있는 샐러리캡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
이상준 기자 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