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카페 ‘도리도리주식회사’. 겉보기엔 여느 인터넷 카페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생소한 용어들이 눈에 띈다. ‘작대기(히로뽕 투여 주사기), 물뽕, 술, 아이스, 대마, 떨(마리화나), 도리(도리도리) 전문취급…’이라는 문구가 올라와 있고, ‘도리만 주세요. 영국에서 좀 살다 왔어요’라는 구입문의 댓글이 휴대폰 번호와 함께 남겨져 있다. 바로 마약류를 불법 유통시키는 카페다.
마약류와 최음제, 정력제 등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의 인터넷 불법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 상반기 마약류와 의약품을 불법 판매하거나 허위 광고를 해온 국내ㆍ외 인터넷사이트 680개를 적발, 폐쇄 요청 및 고발 조치를 했다고 4일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대마 등 마약류 판매 사이트가 15개, 검증되지 않은 성분을 사용한 최음제와 흥분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등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138개에 달했다. 약국에서만 판매 가능한 해열제와 진통제, 비타민제 등의 일반의약품을 버젓이 파는 사이트도 114개나 됐다.
인터넷 불법 판매는 접근이 용이한 유명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이뤄졌다. 구매자와의 은밀한 접촉을 위해 ‘지식검색’을 이용한 지능적인 판매방식도 동원됐다.
예컨대 ‘물뽕을 어디서 살 수 있나요’라고 포털사이트에 질문을 올린 뒤 답변란에 이메일과 휴대폰 등 연락처를 남겨 마약류를 판매하는 수법이다. 음식과 성기능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글 상단에 발기부전 치료제 판매문구와 연락처를 남기는 수법도 이용됐다.
흥분제와 최음제 등 국내 판매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의 경우 해외 사이트가 주로 이용됐다. 당국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다는 약점을 악용한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최근 해외 사이트의 의약품 불법 판매가 급증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판매 기법은 ‘날고’ 있지만 당국의 감시는 ‘기는’ 형국이다. 불법 사이트를 적발해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있어야만 접속 차단과 폐쇄가 가능하다. 곽병태 마약관리팀 사무관은 “판매업자들이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오가며 치고 빠지는 형식으로 영업하고 있어 즉각적인 사이트 폐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13개 포털사이트와 6월 맺은 양해각서에 따라 정보 교환 협력체계를 갖추고 유해 사이트 차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