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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한국형 '대기업 자본주의'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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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환 10주년을 기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는 10년 전 구미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홍콩 퇴조' 예측을 비웃었다. 반환 직후 불어 닥친 아시아 외환위기,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파동 등으로 한동안 홍콩 경제는 휘청거렸다.

그러나 2004년 8.6%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부활한 이래 4년 가까이 호황을 거듭하며 과거의 경제활력을 되찾았다.

● 시장경제의 여러 가지 모습

지난 10년의 경제 후퇴와 부활 과정 어디서도 비관론의 근거가 된 '체제 요인'의 작용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정치적 자유권의 보장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정치ㆍ군사ㆍ외교권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경제 발전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전통적 시각으로 보자면 홍콩의 경제발전은 이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홍콩 경제는 이런 시각이 잘못임을 보여주고 있다.

텔아비브대 석좌교수인 아자르 가트는 <포린 어페어즈> 7월호에서, 비민주적 정치체제와 결합한 자본주의를 '권위주의적(Authoritarian)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그는 대표적 예인 중국과 러시아 경제의 괄목할 만한 발전에 주목, '권위주의적 자본주의'가 전통적 자본주의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고 보았다.

냉전 시대와는 달리 세계시장이 활짝 열린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구조가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최적의 결합을 이룬다는 기존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자본주의의 다양한 유형에 대한 지적은 <좋은 자본주의, 나쁜 자본주의(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윌리엄 보멀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3인의 공저자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네 유형으로 나누었다.

정부가 투자와 금융을 좌우하고, 수출을 장려하는 '국가주도형(State-guided)'은 중국, 동남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 강한 추진력을 보이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르면 앞길이 막막해진다. 많은 재원을 엉뚱한 곳에 투자하고,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는 폐단이 나타난다.

중남미 일부와 중동 지역에서 흔히 보는 '과두지배형(Oligarchic)'은 정치 권력과 부를 소수가 과점하고, 일반 대중보다는 과두 지배자의 풍요를 위해 경제가 운용된다.

대규모 민간기업이 경제를 지배하는 '대기업형(Big-firm)'은 서유럽과 한국이 좋은 예이고, 일본도 부분적으로 해당된다. 풍부한 현금유동성 공급, 생산ㆍ서비스의 비약적 발전 등의 장점이 있지만 기업 체질의 경화로 혁신과 변화를 거부하는 부작용도 크다.

혁신적 중소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기업가형(Entrepreneurial)'은 미국과 아일랜드, 이스라엘, 대만, 그리고 최근의 영국이 예이다. 쉬운 창업 절차, 기업가 정신이 보상을 받는 사회적 분위기, 혁신과 성장 동기를 부여하는 법제도 등이 특징이다.

두 유형의 융합이 최상인 것처럼 보인다. '기업가형'은 경제발전의 기초인 창의력을 자극하고, '대기업형'은 그런 창의력과 기술을 대량생산으로 이어갈 자본과 조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기업가형'과의 융합 아득

이런 융합형도 만능은 아니다. 융합형이 약속하는 효율의 극대화는 어디까지나 경제성장 측면에 국한된 얘기일 뿐 양극화와 실업 등의 부정적 결과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밝힌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한 기대도 한정적이다. 세계적 기업가의 도덕적 의지로서는 빛나지만 구체적 실현가능성은 흐릿하다.

더욱이 한국형 '대기업 자본주의'는 '기업가형'과의 결합을 통해 최대한 빵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창조적 기업가가 아니라 창업자의 2ㆍ3세가 때가 되면 자동으로 최고경영자 지위에 오르는 단단한 승계 틀은 이런 과제를 한결 무겁게 한다.

대기업 회장이 조직적 보복폭행으로 실형을 선고 받는 장면은 한국기업, 나아가 한국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가 무엇인가를 일러주는 듯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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