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이폰(iPhone)' 열풍은 '태풍'으로 진화할 것인가, 아니면 '거품'으로 소멸될 것인가.
애플사의 '아이폰'이 지난달 29일 출시되면서 미국의 전 언론이 나서 대대적인 데뷔기사를 통해 세계가 들썩일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췄지만, 정작 시장에서 '아이폰'의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언론 보도를 통한 '아이폰' 열기는 출시 후 사흘이 지난 2일까지도 이어졌다. 이날 CNN머니는 시장 전문가를 인용, "출시 첫 주 주말 판매량이 2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아이폰'의 실제 판매량이 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아이폰' 열풍에 군불을 땠다. 일부 언론은 여기에 더해 인터넷상에 나돌고 있는 '아이폰' 분해 열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과 일본의 휴대전화업체들은 당초 '아이폰' 출시를 '하품을 하며' 반겼으나, 막상 아이폰이 훌륭하게 출시되자 아시아 휴대전화업계가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의 공세를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연중 '아이폰' 출시를 미국 업체와 아시아 업체간의 대결로 몰아가는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최초의 '충격'이 다소 수그러지면서 '아이폰'의 가능성을 보다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분석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골자는 "지금의 '아이폰' 열풍은 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에 대한 유보적 시각은 역설적으로 최첨단을 자랑하는 '아이폰'의 기능 자체에서 비롯되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아이폰'이 멀티터치스크린을 내세워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혁하고, '아이튠스(iTunes)' 등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휴대폰 산업에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환상적인 기능에 환상적인 디자인이지만, 불편함도 환상적이기 십상"이라는 평가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당장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 독점서비스를 하고 있는 AT&T는 가입자가 폭주하면서 서버 용량 부족으로 일부 개통을 제때 못해주고 있고, 아이폰 가동을 위한 아이튠스 프로그램 설치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소개했다.
실제로 '아이폰' 구매자들은 사용에 앞서 애플사의 '아이튠스' 프로그램이 깔려있는 컴퓨터와 연결해 아이폰을 개통하는 과정을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구매자들은 "당초 설명대로라면 1분 안에 이 과정이 완료돼야 하는데, '처리 중'이라는 메시지만 뜨고 '아이폰'이 아예 작동하지도 않는다"며 하소연하고 있다고 AP 등이 전했다.
뉴욕타임스 정보기술(IT) 기기 담당 데이비드 포그 기자도 "'아이폰'의 내장형 배터리는 수명이 짧은 데다 교체도 어렵고, 터치스크린에도 쉼표와 마침표가 문자 화면과 별도로 배치돼 있어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2일 "삼성전자 직원들은 삼성의 휴대전화가 '아이폰' 보다 훨씬 뛰어난 내구성과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애널리스트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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