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시리즈의 막가파 형사 존 맥클레인. 과거 그는 욕을 먹어 마땅한 존재였다. 무식하고 폭력적인, 그러면서 지극히 미국적 이데올로기를 간직한 마초. 그가 1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 거만하고 막가는 모습만은 아니다. 여전히 ‘액션 히어로’의 타이틀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쉰을 넘긴 맥클레인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게와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진다. 다이하드>
19일 개봉하는 <다이하드 4.0> 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짙게 뿜어 낸다. 주인공은 19년 전 이 영화를 통해 세계적 스타가 된 브루스 윌리스(52). 풋풋한 아이돌스타와 현란한 특수효과로 무장한 영화들 틈바구니에서 그를 내세우기 위해, 이 영화는 오히려 ‘아날로그’의 코드를 선택했다. 해적선이 파도를 가르고 로봇이 뛰어다니는 할리우드 바닥에서 이런 ‘기계식’ 블록버스터를 뽑아내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이하드>
“당신은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형사야.”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 악당은 맥클레인에게 이렇게 비아냥댄다. 왕년의 맥클레인이었으면 당장 욕이 튀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시대의 흐름이 뒤떨어졌다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냉소적이게만 느껴지던 말투에도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약간은 줄어든 근육과 조금 늘어난 듯한 뱃살. 맥클레인은 그것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는다. “난 영웅이 아니야.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해서 내가 그 일을 한 것일 뿐이야.”
그러나 불쑥 치솟는 의기와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뉴욕경찰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극단적 상황 속에 오히려 경쾌함이 살아나는 브루스 윌리스 특유의 연기도 녹슬지 않았다. 투박한 맛이 살아 있는, 실사로 만들어낸 액션의 박진감은 컴퓨터그래픽이 만들어내는 현람함을 능가한다. 억지스럽지 않은 스토리의 전개와 위트 넘치는 인물들의 대사가 압권. 12세 관람가.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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