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살림의 달인’인 장 여사는 재테크에도 남다른 솜씨가 있다. 언뜻 보기엔 집안 일 외에는 아무 것도 관심 없을 것 같은 그녀는 알고 보면 금융에 관해서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빠꿈이’다.
그녀는 요즘 시중은행이 파는 특판상품은 어떤 것이 좋은지부터 펀드는 어디 것을 들면 좋을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어느 증권사 것이 이율이 높은지까지 모르는 것이 없다.
빠꿈이 고객들의 특징은 정리를 잘한다는 것이며 장 여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가 나에게 와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상담을 받을 때의 일이다. 그녀가 펼쳐놓은 메모에는 여기저기 신문과 인터넷에 나와있는 모든 ELS의 청약일자, 상품조건, 수익률, 만기 등이 항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액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멋지게 만든 표는 아니었지만, 한 눈에 알아보기 좋게 만들어진 표였다. 어느 금융회사 직원이 그런 표를 들고 온 고객을 앞에 두고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신문 뿐 아니라 전단지까지 일일이 챙긴다. 특판금리를 주는 금융상품은 전단지로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신문에서 세법이 바뀐다는 뉴스를 읽으면 은행이나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 전화를 해 꼭 확인하고 넘어간다. 절세 또한 재테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돈과 관련한 스케줄 관리는 칼 같다 못해 무서울 정도다. 가입한 상품들의 만기가 다양해도, 이자를 받는 날짜가 모두 달라도 한번도 잊고 지나가는 법이 없다.
수첩에 빽빽하게 일정을 적어두었다가 해당 날짜가 되면 꼭꼭 챙겨서 하루도 돈이 놀게 놔두질 않는다. 만기든 이자든 나올 날이 되면 어련히 내가 알아서 전화를 하는데도, 그녀는 언제나 먼저 전화를 걸어와 제 날짜에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돈을 옮기곤 한다.
장 여사에게는 도무지 대충이라는 것이 없다. 남편이 고생하며 벌어다 준 돈을 아무렇게나 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금리 0.1% 챙기는 데 열성인 그녀가 재테크의 달인이 아니라면 누가 달인이겠는가.
한 정 대우증권 압구정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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