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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글로벌 경영" 외국인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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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글로벌 경영" 외국인이 나섰다

입력
2007.07.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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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외국인 최고 경영자(CEO)들이 대기업 글로벌 경영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최고 경영자는 그간 외국계 기업 위주로 활동했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토종 대기업이나 합작 법인의 경영을 맡아 '글로벌 경영 체제' 확립과 '시스템 경영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3월 ㈜두산 대표이사에 선임된 제임스 비모스키씨는 외국인 경영자가 국내의 대표적 토종 기업의 수장에 올랐다는 점에서 외국인 경영자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하버드 MBA와 맥킨지 컨설턴트 경력을 가진 그는 취임 당시 글로벌 경쟁력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적 수준의 성과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비모스키 대표 등장 이후 ㈜두산 직원들은 영문으로 리포트를 작성하고,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등 달라진 기업 문화를 실감하고 있다. ㈜두산이 최근 미국의 맥주회사 안호이저 부시를 통해 'Ku 소주'를 미국 시장에 내놓은 것도 그가 취임 당시 내건 글로벌 경영과 괘를 같이 한다.

이 제품은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처음처럼'을 미국인의 취향에 맞게 현지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비모스키 대표는 두산 그룹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 기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 등 대외적인 활동을 사양하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이 2대 주주로 참여한 에쓰오일(구 쌍용정유)의 대표이사는 사우디아라비아 태생의 사미르 에이 투바이엡씨다. 2005년 쌍용그룹이 외국계 석유 대기업 아람코에 지분을 넘기면서 경영을 맡게 된 그는 에쓰오일의 시스템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취임 이후 에쓰오일이 도입한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은 에쓰오일의 사내 부서들 간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공유토록 해 생산성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석유업은 석유 수송에서 정제까지 많은 단계가 걸쳐 있어 정보 공유가 중요한데, ERP 도입 이후 모든 공정이 한 눈에 파악돼 재고를 줄이고 비용도 절감하게 된 것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하버드 MBA와 UC버클리 공학박사 학위를 가진 그는 기술과 경영에 두루 능통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LG그룹이 필립스와 합작한 LG필립스LCD에는 네덜란드 태생의 위라하디락사 사장(CFO)이 최고경영진으로 활동중이다. 2004년 LG필립스LCD와 인연을 맺은 그는 재무를 비롯해 경영관리시스템 분야에서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국내 제조업계 기업으로는 처음 'BCS 경영관리 최우수 기업상'을 수상한 것도 위라하디락사 사장의 공이 컸다.

BCS시스템이란 기업의 목표와 성과를 일치시키기 위한 경영관리시스템으로 BCS 경영관리상은 BSC시스템을 적용한 전세계 기업 중 전략 실행 및 경영혁신 능력이 탁월하고 재무적 성과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에게 수여된다.

또한 그는 LG필립스LCD가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에 기업 설명회 등에서 경영 합리화와 효율성 제고로 조만간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숫자를 근거로 논리적으로 설명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병규 연구원은 "글로벌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인 경영자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활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풍부한 해외 경험과 합리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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