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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정상회담 화기애애/ 식탁엔 바다가재… 그리고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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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정상회담 화기애애/ 식탁엔 바다가재… 그리고 파격

입력
2007.07.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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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내용은 별 것 없었으나 형식은 파격이었다.

1일 부시 집안의 별장인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집권 중 이곳에 초대받은 첫 외국 정상이었다. 회담의 의제가 하나같이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이를 의식한 부시 대통령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회담장소를 가족 별장으로 택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로의 입장을 너무 잘 아는 두 정상은 만나자마자 오랜 친구의 재회를 연상하듯 시종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두 정상은 모터보트에 올라 바닷가를 한바퀴 돌며 양국의 차기 대선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부시는 재선 대통령이고 푸틴 역시 3선 출마 금지 규정에 묶여 다음 대선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녁식사는 이 지역 특산품인 바닷가재가 식탁에 올려졌다. 별장 주인인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특별히 준비한 요리였다. 아버지 부시는 한 지역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낚시는 정신건강에 매우 좋은 취미”라며 두 정상이 함께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고 밝혀 한껏 분위기를 돋웠다. 만찬장에는 양 정상과 아버지 부시 부부 외에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메인주의 그림같은 자연경관도, 부시 부자의 정성을 담은 손님맞이도 회담의 내용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양 정상은 다음날인 2일 미국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동유럽 배치, 이란 핵개발 대처, 코소보 독립 및 이라크전 문제 등에 관해 논의했지만, 의견차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인지 양국 대변인들은 이날 회담이 특별히 의제가 설정돼 있지 않은 “개인적 만남(personal meeting)”임을 거듭 강조하며 외부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을 적극 경계했다. 크렘린측은 “두 정상이 나쁜 관계가 아니라 단지 의견이 다를 뿐”이라며 “양국은 여전히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백악관 관리들도 “이번 회담은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발표를 위한 것이 아니다”며 차단막을 쳤다.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비공식 확대 정상회담에선 부시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해상선박 검색, 금융 제재 등 핵개발 계속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 이란 압박을 강화하는데 러시아가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이야기가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동유럽의 체코와 폴란드에 설치할 계획인 MD 시스템은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할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맞서 부시 대통령에게 체코에 미국의 MD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는 대신 아제르바이잔에 있는 가발라 기지를 양국이 공동 사용하자는 역제안을 해놓은 상태다. 양 정상은 또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가 조속히 진행돼 북핵 2ㆍ13합의 초기단계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행돼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푸틴 대통령은 과테말라에서 열리는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1박 2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소치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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