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들을 때린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보복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은 2일 오전10시 푸른색 반소매 수의 차림으로 잔뜩 긴장한 채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들어섰다. 가벼운 웃음을 띤 채 방청석을 향해 손까지 흔들며 입정하던 지난달 22일 결심공판 때의 당당함은 온데 간데 없었다.
마침내 재판장(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 등 6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집행유예 없는 징역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김 회장의 얼굴은 일순 굳어졌다. 재벌 기업 회장이 폭력 행위로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들을 폭행한 가해자에게 배상을 받거나 고소하는 등 상식, 법치주의를 따르지 않고 직접 가해자를 찾아 조직적으로 사적 폭력을 행사했다”며 “대기업 총수라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 재력 등을 사적 보복에 악용한 범죄로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수사 초기 청계산에 간 적도 없다고 진술하다가 구속되자 흉기 사용을 제외한 범행 일체를 인정했고, 법정에서는 다시 흉기를 든 적은 있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김 회장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법정에서 주장한 쇠파이프, 전기충격기 사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실로 받아들였다.
20여분 간 선 채로 재판부의 선고를 경청하던 김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침통한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피해자들과 합의도 끝난 단순 폭행사건이라며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한화 관계자들 역시 당혹스러운 얼굴로 법정을 나섰다. 김 회장측 변호인은 “재판부가 사건의 실체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즉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김 회장과 함께 구속 기소된 진모 경호과장에 대해선 죄질은 나쁘지만 김 회장의 지시에 따랐다는 사정 등을 감안해 징역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서범정 형사8부장)은 이날 김 회장의 보복폭행과 경찰 수사 무마 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맘보파 두목 오모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씨는 4월 보복폭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캐나다로 달아났으며, 검찰은 오씨에 대해 캐나다 정부에 범죄인인도 청구를 할 방침이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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