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부인과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어 전세계 팬들을 충격 속에 빠뜨린 미국 프로레슬러 크리스 벤와의 죽음을 계기로, 단명하는 레슬러들이 유난히 많은 미국 프로레슬링 업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1일 AP통신에 따르면 벤와 외에도 올 들어 40대에 세상을 떠난 프로레슬링 선수들은 비프 웰링턴(42), 전 여성 챔피언이었던 ‘센세이셔널’ 셰리 마텔(49), 마이크 오섬(42), ‘뱀 뱀’ 비글로(45) 등 여러 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물론 올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년 간 수십명의 레슬러들이 스테로이드(근육강화제), 진통제, 알코올, 코카인 등등 지속적인 약물 사용 때문에 단명했다. 현역 시절 ‘랜스 스톰’이라 불리던 은퇴 레슬러 랜스 에버스는 “내가 레슬링을 한 17년 동안 40~45명 정도의 레슬러들이 50세도 되지 않아 숨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천문학적 숫자”라고 말했다.
빈스 맥마흔이 소유주인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에 소속된 프로레슬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짜여진 각본에 따라 연기를 하고, 매번 공중을 날아 바닥에 떨어지는 위험한 묘기를 선보인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달리 WWE 소속 선수들은 모두 엄청난 근육질의 소유자이다. 회사는 선수라기보다 일종의 ‘배우’인 그들이 더욱 남성적으로, 더욱 강인하게 보이기를 바라며 선수들은 스테로이드를 남용하게 된다. 벤와의 집에서도 스테로이드가 발견됐다.
잦은 출장에 따른 부상도 약물 남용을 부추긴다. 레슬러 조합을 만들려다 징계를 당한 짐 윌슨은 프로레슬러의 수입이 출전 회수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진통제를 남용하며 부상을 참고 계속 출전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물론 다른 스포츠 선수들도 종종 부상을 참고 출전하지만, 레슬링은 그 중에서도 부상 위험이 특히 큰 종목이다.
동료 선수들의 잦은 죽음은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레슬링 전문 웹진 ‘레슬링옵서버닷컴(wrestlingobserver.com)’에 기고하는 알바레스는 “벤와의 가장 친한 친구는 2005년 숨진 에디 게레로였다”면서 “그의 죽음과 지난해 또다른 친구인 마이크 더햄의 죽음 등이 그를 더욱 약물 중독으로 몰아갔을지 모른다”고 썼다.
그러나 AP는 레슬링도 다른 스포츠처럼 주정부나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도록 하자는 그동안의 움직임이 오랫동안 이 업계를 좌지우지해 온 프로모터들과 빈스 맥마흔에 의해 좌절돼 왔다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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