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양국 대표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함으로써 1년 5개월에 걸친 협상이 마침내 매듭됐다. 4월 초 양국 협상단이 타결한 안에 대해 민주당 주도의 미 의회가 노동ㆍ환경 조항을 강화한 신통상정책의 잣대를 들고나와 재개된 협상을 속전속결로 끝낸 덕분이다.
본협상에 대한 찬반 논란에 더해 추가협상의 공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지만, 이제 공은 양국 의회로 넘어갔다. 협정 비준과 발효를 향한 또 다른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금주 초 최종 협정문안이 공개되면 이해득실과 파급영향을 재차 따져봐야겠으나, 전해진 바로는 추가협상에서 본협상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만큼 ‘이익의 균형’이 훼손된 것 같지는 않다.
의회의 압력에 밀린 미국 정부가 국제협상의 관례와 원칙을 깨고 뒤늦게 추가협의를 요청한 것이나 우리 정부가 당초 공언과 달리 슬그머니 이에 응하고 무역촉진권한(TPA) 시한 만료라는 미국 일정표에 맞추기 위해 양보를 거듭한 점 등은 꼭 짚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주권을 미국에 헌납하고 노동자ㆍ농민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늑약(勒約)”이라는 등의 극단적 반대론에 서 있지 않다면, 위기와 기회의 두 얼굴을 가진 한미 FTA를 뿌리부터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의 말처럼 교역 증대, 투자ㆍ고용 확대, 생산성 증가와 선진화 등의 ‘엘 도라도’가 우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국회 비준절차가 있는 것은 이 같은 일방적 매도나 찬양을 떠나 국민과 국익의 관점에서 협정을 평가하고 대책을 강구하라는 취지다.
미 의회의 민주당 지도부가 비준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한 것 이상으로, 우리 국회에서도 비준안이 처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찬반 양론이 비등한 데다, 대선 등 정치일정이 의원들의 입지를 좁힐 것이기 때문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 정치권이 졸속 심의를 일삼을 개연성이다. 정치권이 매사 ‘용두사미’로 버벅대니, 미 의회가 자동차 쇠고기 개성공단 농산물 등에 대한 추가 공세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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