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습니다. 오스트리아를 캥거루로 유명한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빌헬름 돈코(47)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는 2005년 3월 부임한 후 발음 상의 이유로 오스트리아를 호주로 잘못 아는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두 나라를 확실히 구별해 달라고 당부했다.
돈코 대사는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다는 의미의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까지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호주와 구별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여러 문제 가운데 돈코 대사가 반드시 고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첫번째 영부인이 호주 사람이 아닌 오스트리아 사람이었다는 것. 그는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리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양국간의 명칭 혼돈은 일상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호주대사관으로 배달되어야 할 우편물이 오스트리아 대사관으로 오거나, 사람들도 대사관을 잘못 찾아간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대사관과 호주 대사관이 모두 서울 종로의 교보빌딩 안에 있어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돈코 대사는 오스트리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음악가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호주와의 혼돈 문제는 즉시 해결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다름아닌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다.
“제가 모차르트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 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태도를 바꿔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오스트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첫번째 반응은 언제나 모차르트였어요.”
한국에선 모차르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대사로서 홍보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외교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돈코 대사는 또 “모차르트에 대한 한국인들의 높은 이해 덕분에 9월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전시회가 한국에서 단독으로 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등 그의 음악과 생활 유품 250여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의 의미는 매우 크다. 우선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전시된 유품들이 처음으로 현지를 떠나 해외인 서울에서 전시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9월에 전시회가 끝나면 다른 나라로 가지 않고 바로 잘츠부르크로 돌아간다.
“이 전시회는 한국인의 음악 사랑에 대해 오스트리아가 전하는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잘츠부르크를 처음으로 떠나, 첫 해외 전시국으로 한국을 택한 것은 의미가 큽니다.”
현재 오스트리아에 유학 중인 900여명의 한국 학생 중 대부분이 음악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국인 관광객들이 음악과 모차르트 때문에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는 데서 보듯 오스트리아가 한국에서 ‘음악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그는 밝혔다.
지난해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8만명으로 2005년 보다 40%가 증가했고 이러한 증가 추세를 볼 때 올해는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돈코 대사는 또 “오스트리아는 문화강국”이라며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청했다. 대표적인 게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9월30일까지 열리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전시회다. 여기서 선보이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은 오스트리아의 미술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컬렉션의 미술 작품들은 비엔나미술사박물관에서 걸작만을 추린 것들이어서 관람객들이 감명 받을 것을 확신합니다. 이번 여름 서울에서 열리는 두 가지 전시회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세계적 수준의 전시회입니다.”
4일 과테말라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총회에서 결정될 2014동계올림픽 개최지 전망에 대해 돈코 대사는 “어떠한 예단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잘츠부르크는 IOC총회에서 평창, 러시아의 소치와 함께 후보지를 놓고 경합중이다.
한_오스트리아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진행중인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지지하며 협상이 타결되면 양국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윈_윈’이 될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교역량은 연 18억 달러다.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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