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재일동포의 우상 장훈(67)을 넘어섰다. 기념비적인 장소는 장훈의 ‘혼(魂)’이 담겨 있는 히로시마였다.
요미우리 이승엽(31)은 1일 히로시마 시민구장에서 벌어진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방문 3차전에서 1루수겸 6번 타자로 출전, 1-0으로 앞선 2회 무사 1루 첫 타석에서 히로시마 왼손 선발 아오키 다카히로의 초구를 두들겨 일본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은 시즌 15호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리며 3루타 빠진 사이클링히트로 대기록을 자축했다.
이승엽은 4번 아베의 2타점짜리 적시타로 7-6으로 승부를 뒤집은 9회초 5번 니오카에 이어 들어선 5번째 타석에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요미우리는 9-6의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고, 이승엽의 타율은 2할5푼1리에서 2할5푼7리(284타수 73안타)로 올랐다.
이승엽의 이날 홈런은 장훈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한국인 일본프로야구 최소경기 100홈런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32경기 만에 100홈런을 친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 500홈런(504개)-3,000안타(3,085안타)에 빛나는 장훈의 100홈런(505경기)기록을 73경기나 단축시켰다.
히로시마는 장훈이 태어나 성장한 곳으로 장훈은 히로시마에 있는 나니와상고를 다니며 초특급 고교선수로 성장한 뒤 프로에 진출했다. 100홈런은 장훈과 백인천(전 롯데감독ㆍ209개)에 이어 한국인 세번째 100홈런이기도 하다. 이승엽의 개인 통산 홈런은 한국프로야구 삼성시절의 324개를 포함하면 모두 424개.
이승엽은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 2003년 오 사다하루(일본명 왕정치)의 아시아 최고기록(55개)을 넘는 56발을 쏘아올렸지만 지난 2004년 데뷔한 일본프로야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바 롯데에 입단한 이승엽은 2004년 4월4일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전에서 일본 무대 1호 홈런을 신고했으나 현지 적응에 실패하며 14개로 첫 해를 마감했다.
일본 진출 2년째였던 2005년 하루 1,000번의 스윙과 삭발 투혼으로 심기일전한 이승엽은 당시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 ‘플래툰시스템’ 으로 출전이 들쭉날쭉한 와중에서도 30개의 홈런을 날리며 일본 무대 성공 가능성을 예감했다.
그리고 지난해 요미우리로 옮기면서 일본 야구도 ‘접수’하기 시작했다.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자리를 꿰찬 이승엽은 개막전부터 홈런쇼를 벌이며 89경기 만에 30홈런에 도달해 일본프로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홈런왕(5개)에 오르며 일본 진출 2년 만에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지난해 41홈런으로 센트럴리그 2위에 올랐다. 3년간 85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지난해 8월1일 한신전에서 이가와(현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한ㆍ일 통산 400홈런과 401호 홈런을 잇따라 터뜨렸다. 만 30세 이전에 400홈런을 친 인물은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감독,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에 이어 이승엽이 세계 3번째였다.
양정석통신원(일본프로야구 전문) jsyang061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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