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묵 백찬홍 김진호 지음 / 평사리 발행ㆍ316쪽ㆍ1만3,000원 거침없는 우파적 정치행보 거듭… 사회적 약자에도 관심을
1970, 80년대 한국 기독교 보수 단체들은 정교분리를 내세우며 정치와 사회 현실을 외면했다. 그러던 그들이 최근에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추모 촛불행진이 열렸을 때, 그들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면서 서울시청 앞 광장에 집결했다. 그들이 거리에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제 하나의 일상 풍경이 됐다. 책은 이처럼 정치적 행보를 거듭하는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의 기원과 본질을 파헤치고 비판한다.
기독교계는 현재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다. 평양대부흥운동이란 1907년 길선주 목사가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시작했던 회개를 통한 부흥 운동이다. 그러나 책의 저자들은 이 사건이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의 기원이라고 지적한다. 선교의 부진에서 비롯된 선교사들의 반성과, 민족 위기에 대한 신앙적 대응이 결합해 평양대부흥운동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신앙을 통해 독립의식을 고취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교회가 정치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선교사들은 본국과 일제의 갈등을 우려, 교회의 정치적 활동을 제어할 필요가 있었다.
그 같은 선교 욕망을 신앙이란 이름으로 위장한 채 우리 민족에게 순종과 인내의 미덕을 전파했다는 것이다. 미국 선교사들이 전파한 기독교는 미국의 근본주의적 신앙을 주입했고 이는 타 종교의 배척과 반공으로 상징되는 한국 교회의 주류를 형성했다고 책은 주장한다.
책이 주목하는 보수주의의 본질 역시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 논리’에서 배양된 타 종교에 대한 배타주의이다. 우리나라는 기독교를 서구 문명과 동일시하면서 수용했기 때문에 경제적 근대화를 신앙의 성취로 인식했다.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성장 논리가 교회로 하여금 외적 성장에 집착하게 했고, 이는 세계 10대 교회 가운데 5개가 한국에 있고 교회 이름에 ‘중앙’ ‘제일’이란 단어가 가장 많도록 했다.
책은 기독교 보수 단체의 과거 행적이 ‘비정치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일제와 독재권력, 미국이란 ‘힘’에 대한 암묵적인 숭배와 기회주의적 태도가 오히려 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재 기독교 보수 단체의 활동은 느닷없는 현상이 아니다.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에서 기독교를 연구하는 저자들은 현재 기독교 보수 단체의 모습이 2,000년 전 사회적 약자 편에 섰던 예수의 모습과 대척점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잃어버린 양 한 마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유의미한 소수’로서의 교회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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