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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 탈북지식인 교수, 남과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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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 탈북지식인 교수, 남과북을 말하다

입력
2007.07.0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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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지음 / 김영사 발행ㆍ440쪽ㆍ1만3,000원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 은 탈북지식인의 자서전이다. 지은이는 현재 미국 뉴저지주 조지메이슨대에서 북한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현식(75)씨.

북한에서는 38년간 김형직사범대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쳤고 20년간 김일성 처가 아이들의 가정교사 노릇을 했다. 92년 남한으로 망명한 뒤 한국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강의하다가 2001년부터는 미국 예일대 등에서 북한학 강의, 북한 선교활동으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탈북자 수기는 북한체제 비판과 남한 찬양으로 점철되기 일쑤인데, 두 체제를 비교적 공정하게 보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인민을 굶기고 일부 간부층만 호의호식하는 북한의 정치체제에 절망하지만 11년의 무료 의무교육, 150일의 산전산후 유급휴가, 완벽한 탁아보육시설, 토지국유화 등은 훌륭한 제도로 평가한다. 인권존중, 민주적 정치체제는 남한의 장점이지만 돈 없으면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인맥이 없으면 자리 잡기 어려운 현실은 남한의 병폐다.

그는 남북한에서 교수를 했기에 교육에 특히 관심이 많다. 북에서는 30년 이상 교수 생활을 했지만 칠판의 판서 위치와 교재의 위치까지 정해 놓은 교안을 마련해 강의를 진행했다. 그런 그에게 신출내기 교수가 교안도 없이 강단에 서고 결강을 밥 먹듯 하는 남한 일부 대학가의 행태는 묵과할 수 없는 ‘근무태만’이다.

그는 자신의 망명으로 처형됐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갔을 북의 아내, 아들 딸 사위와 며느리 손주들을 생각하면 ‘총알이 가슴에 박히는 듯한 심정’ 이라고 했다.

그들을 생각하면 북한의 권력자를 용서할 수 없지만 김정일 위원장에게 쓴 편지에서 “이미 당신을 용서했다”며 “제발 북조선을 개방 해달라”고 부탁한다. 개방만 하면 당장 평양으로 돌아가 남한과 미국에서 배운 것을 접합시켜 북한을 교육 모범의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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