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족합니다. 외국기업 투자를 이끌어 내려면 문호를 더 넓혀야 합니다.”
코트라(KOTRA) 서비스산업유치팀의 한 관계자는 “외국 기업들이 제주도를 투자대상으로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제주도의 현재 투자환경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사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외국인 눈에 비친 투자환경은 여전히 ‘2%+α(알파)’가 부족하다. 아직까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한참 뒤쳐진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제주도에 대해 외국 기업들이 이처럼 ‘인색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정부의 투자유치지원책이 외국기업 등 투자자들의 관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법인세 인하 문제다.
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부터 줄곧 “법인세를 13%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법인세는 기업이익 1억원 이하는 13%, 1억원이 넘어설 경우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는 홍콩(17.5%), 상하이 푸동(15%), 싱가포르(20%) 등 경쟁도시에 비해 세율이 매우 높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제주도가 조세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제주지역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우대 방안을 마련했다.
이처럼 외국기업들이 홍콩 등과 비교해 ‘상대적 세금 불이익’을 감수하고 제주에 투자결정을 하더라도 실제 ‘돈을 풀어서’ 개발사업에 나서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개발사업에 따른 땅값 상승 기대감으로 땅 주인들이 땅을 팔지 않아 부지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토지 보상 문제까지 얽혀 사업의 발목을 잡기 일쑤다.
실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서귀포시 예래동 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을 위해 필요한 부지 22만5,000평을 매입하는 데만 무려 3년이나 걸렸고, 신화ㆍ역사공원 부지(122만여평) 수용은 2년이 소요됐다. 최근에는 레저시설 조성사업에 232억원 투자결정을 내린 한 외국기업은 개발예정부지의 복판에 1필지를 소유한 사람이 땅을 팔지 않아 매입을 포기한 채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할 만한 넓은 땅들은 대개 마을 공동 소유이거나 외지인 명의로 돼있어 토지수용이 쉽지 않다”며 “개발사업이 확대될수록 부지확보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여 토지비축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제주공항의 협소한 시설 규모와 국내 양대 항공사의 공급좌석 수 감축 등도 투자유치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제주공항은 부지면적(106만평)이 타 지방공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운항시간(오전 6시~오후 10시)도 짧은 데다 B747-400급의 대형 항공기 이착륙도 어렵다.
미국계 투자전문회사의 한 관계자는 “고급휴양시설 조성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항공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전세기를 운영해 관광객들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유치 해외조직망이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도의 투자유치 전담 해외사무소는 단 한 곳도 없다. 최근 중국과 일본, 대만에 있는 관광홍보사무소 6곳에 투자유치업무를 병행하도록 했지만 투자유치 전문인력이 없어 효과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 같은 열악한 투자환경에서도 도가 1년 만에 내국인 관광개발사업분야에서 2조2,616억원, 외국기업 투자분야에서 7,397억원의 투자유치를 성사시켜 그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홍콩의 펀드회사인 타갈더 그룹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사업비 2,847억원을 들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지하 4층 지상 9층)를 짓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또 미국의 대형 종합병원인 P의료법인도 내달 초 암과 심장 전문병원 건립에 대한 투자양해각서를 제주도와 체결키로 했다.
제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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