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들은 얘기로 운동 선수들 중 가장 자살이 많은 종목은 야구라고 한다. 흔히 야구는 체조나 골프, 수영 등과 같은 개인 종목이 아니고 단체 종목으로 알고 있지만, 진짜 알고 보면 그 만한 개인 종목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 단체 운동은 축구나 농구. 그러나 단체 속의 개인 플레이가 경기를 결정짓는 비중은 야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애당초 개인 운동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 선수의 스트레스는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한 명문 대학 야구부에서는 해마다 한 명 꼴로 자살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인데, 충격적인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으로 볼 때 자살은 자기 아니면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자살이 마냥 개인의 문제가 아님은 사회학적 연구에서 다방면으로 입증된다.
이코노미스트지 최근호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조건이 다른 나라 별로 자살 실태도 다르다. 가령 구 공산권 국가들이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는 경우다. 인구 10만 명 기준으로 이들 국가 평균은 13명. 반면 같은 시기 남미 국가들의 평균은 6.5명이었다는데, 이 차이는 바로 그 나라들의 정치ㆍ사회ㆍ문화적 차이대로다.
자살률과 정확한 인과관계를 갖는 그 나라의 사회 지표들은 이혼률, 실업률, 정부 수준, 종교 인구, 사람 간 신뢰도 등으로 꼽힌다.
■자살은 정부와 사회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자살에 관한 최초의 사회학적 연구는 에밀 뒤르켕의 업적이라고 한다. 일찍이 1897년 그는 자살률이 그 사회의 상태를 말하는 핵심 지표라고 했다. 자살은 극도로 통제된 사회나, 반대로 극히 원자화 한 사회에서 빈발한다 게 그의 통찰이었다.
비 공산권 국가 중에는 일본이 주목 대상이었으나, 요즘 관심은 인도라고 한다. 21세기에 뜨는 경제권으로 '친디아(Chindia: China+India)로 불리는 인도, 그 중에서도 인도 경제의 견인차라는 벵갈로르시의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원인은 사회적 소외, 가족관계의 붕괴, 집단적 우울증 등이라는 것인데, 자살자들은 주로 전문직 노동계층, 가정 주부로 파악된다. 낙오자를 허용하지 않는 무한 경쟁, 성공 지상주의가 판치는 도시의 분위기가 충분히 짐작된다.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급격히 기록하면서 한국 역시 자살연구의 세계적 관심 대상이다. 중심 가치를 상실한 채 모든 것이 어지러운 탓이다. 범 여권에서 대선 주자를 자처하는 '도토리'들이 마구잡이로 난무하는 것도 바로 이를 말한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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