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사업구조 개편 등 경영을 일대 쇄신한다고 한다. '5~6년 내 위기 도래'를 경고한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신성장사업 발굴, 전략사업투자 재조정, 글로벌 소싱시스템 구축, 낭비요소 제거, 기업문화 개선 등 그룹경영 전반을 혁신해 미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몇몇 계열사는 이번 기회에 비대화된 조직을 슬림화하기 위해 이미 사업부 별로 3~5%의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는 말도 들린다.
삼성의 변신 추진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현재의 사업구조와 경영방식으로는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과 급등락하는 환율ㆍ유가 등의 환경에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룹 핵심인 전자 부문의 부진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또 GE 등 글로벌 초일류기업이 시장여건에 따라 춤을 추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에너지 환경 등으로 민첩하게 주력사업을 옮겨가는 것에서 보듯, '좋았던 과거'에 안주하는 것은 성장 정체와 도태로 가는 지름길에 다름 아니다.
심각한 것은 이런 어려움이 삼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엊그제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변신을 거듭하며 매출과 시장가치를 키워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전기전자 철강 유통 등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국내 전기전자 1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100대 기업의 3분의 1인 1.4%에 그쳤고, 철강 화학 자동차 등의 이익률도 글로벌 기업의 절반에 머물렀다. 또 세계적으로 에너지 부문이 매출선두로 올라서고 전기전자가 최하권으로 떨어졌으나, 한국에선 돈 잘 버는 주력 업종 서열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런 식이라면 5년 후, 또는 10년 후 한국이 어떤 처지로 전락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선진국과 신흥 경제대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고전하고, 초저가 제품이 득세하는 시장구도에서도 밀려날 위험이 훨씬 커졌다. 삼성이 조직ㆍ사업ㆍ문화 전반을 수술하는 것을 계기로 재계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기업가 정신을 온전히 되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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