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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거꾸로 예술 바로 디자인] 런던올림픽 로고 선정성 시끌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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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거꾸로 예술 바로 디자인] 런던올림픽 로고 선정성 시끌시끌

입력
2007.06.2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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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 로고가 대중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80년대의 포스트모던 그래픽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형태와 다소 키치적인 색상이 보수적인 런던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로고를 홍보하는 TV광고 영상을 본 일부 간질 환자들이 발작 증세를 보임에 따라 비판 여론에 불이 붙었다. (런던올림픽의 로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유난히 도드라지는 까닭은, UCC가 돋보이도록 재편된 인터넷 미디어 환경과 영국 특유의 황색 언론이 맞물린 묘한 상황에 있는지도 모른다.)

일군의 반대론자들은 월프 올린스 사(www.wolffolins.com)가 디자인한 이 로고가 남녀의 성행위 장면을 연상시킨다든가, 나치의 스와스티카(하켄크로이츠)와 닮았다고 주장하며 여론몰이를 하는 모양인데, 솔직히 말해 아무리 봐도 그렇게까지 의미심장한 디자인으론 뵈지 않는다.

나라면, 차라리 이런 음모론을 펼쳐보겠다. “광고 영상 제작자들이 홍보 효과를 위해 일부러 어린이 시청자들의 광발작 증세를 야기했던 포켓몬스터의 영상을 벤치마킹했다!” 물론 세상에 그렇게 통이 큰 디자이너가 있을 리 없다. 디자이너들은 예술가들에 비하면 아주 소심한, 소시민적 족속이기 때문.

아무튼, 2012년 런던올림픽 로고는, 패리스 힐튼의 생존 전략과 비슷한 수순을 밟으며 큰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로고여서, 섹스 동영상도 없고, 파티도 못 열고, 상습적인 음주운전 끝에 감옥에 갇히는 드라마를 연출하지도 못한다) 로고 하나가 이렇게 열띤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히틀러 총통의 로고와 휘장(혹은 그 아류작들)을 제외한다면, 현대 디자인의 역사를 통틀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디자이너들(알고 보면, 사회에서 다소 소외감을 느끼는 ‘유사 전문직’ 종사자들)의 반향도 뜨겁다. 런던올림픽 로고는, 전혀 ‘아방’한 척 하지 않으면서 약간 심통 사나운 면도 있는 꼴이 딱 영국 도시인들을 빼닮았다.

자, 그렇다면 로고는 정말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디자이너들은 로고 아니, CIP을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흥망이 갈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론 별로 그렇지도 않다. 망해가는 회사가 주주들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새로운 CIP를 도입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그건 일종의 ‘망조’일뿐, 디자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나저나, 현재 폐기된 로고를 재활용하는 아주 흥미로운 공모전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옛 로고를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별 셋 디자인 공모전’이 그것이다. 공모의 안내문에서 주최자인 디자인 듀오 ‘슬기와 민’(www.sulki-min.com)은 “디자인에서 ‘혁신’은 과대평가되는 가치”라고 단정 짓더니, “사라진 닷컴 기업들의 로고를 공공재로 환원시켜, 신생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디자이너 데이비드 라인퍼트(www.dextersinister.org)의 제안을 인용하고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과제를 던졌다:

“제시된 디자인은 삼성전자가 1993년 현재의 아이덴티티를 도입하기 전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상표입니다. 이 디자인의 새로운 용도를 제안해 주십시오. 다른 기업이나 단체 상표로의 활용 방안도 좋고, 그 밖에 CI와 거리가 먼 다른 용도도 좋습니다. 단, 주어진 디자인을 존중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약간의 변형은 무방하지만, 그 범위는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지 않는 선에 머물러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색상은 자유롭게 구사해도 좋습니다. 출품작의 형식에는 제한이 없지만, 제안의 이해와 소통이 가능해야 합니다.”

마감은 10월 31일까지, 문의는 threestars@sulki-min.com로. ‘반창조적 디자인의 창조’에 관심 있는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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