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과 상사 주재원 등 해외 단기 체류자는 물론 한국 국적만 보유하고 있으면 해외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국민들도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지방선거,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재외 국민의 참정권 제한’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지 8년 만에 판례를 변경,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종대 재판관)는 28일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일본ㆍ미국ㆍ캐나다 등의 영주권자들이 “주민등록을 선거 및 투표권 행사 요건으로 규정한 선거법 및 국민투표법이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다만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2008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해당 조항들의 잠정 적용을 허용했다. 이번 결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선거법 개정안의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가 의지를 갖고 입법 시기를 앞당기면 올해 12월 열리는 17대 대선이나 내년 4월의 18대 총선에서도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재외국민의 참정권 허용이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여야 합의 도출이 쉽지 않고, 해외투표소 설치, 재외국민 신분확인 등 필요한 준비절차도 까다로워 법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선거권 제한은 그 제한을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개별적ㆍ구체적 사유가 존재함이 명백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으며, 기술상 어려움이나 장애 등의 사유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례 변경 배경과 관련, “북한 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선거 참여 우려는 재외국민등록제도 및 재외국민 국내거소신고제도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 치러지는 선거의 공정성 문제는 일차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고 선거기술상의 문제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통령·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국민투표의 경우 19세이상 국민은 누구나 참정권을 갖지만 선거법 및 국민투표법은‘관할구역안에 주민등록이되어있는자’로 선거인 또는 투표인 명부 작성을 제한, 재외 국민의 참여를원천봉쇄했다. 또 선거법은 부재자 투표자격을‘국내 거주자’로 제한해 유학생, 상사주재원 등 단기 해외체류자들도 선거를 할 수 없었다.
헌재는 다만 지방선거의 경우, 재외 국민 중에서도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자에 한해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허용키로 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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