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3개월만에 범여권에 합류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새 정치 세력을 만들기 위한 불쏘시개'에서 '범여권 대통합을 위한 불쏘시개'로 재설정했다.
이에 따라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제3지대-범여권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명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범여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손 전 지사의 대선 본선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나라당 탈당 직후 "매를 맞고 죽더라도 새 정치를 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 틀은 범여권을 의식한 게 아니다"며 제3지대 독자세력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26일 범여권 합류 선언으로 사실상 말을 바꾼 것에 대해선 "대통합이라는 큰 뜻 앞에서 세세한 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보에 대한 이런저런 논란을 개의치 않겠다고 못박은 것이다.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왜 손 전 지사를 우리 후보로 인정해야 하는지, '대선을 앞둔 배신'이라는 구태를 왜 이해해 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태로 손 전 지사를 범여권 후보로 내세우면 민주개혁세력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초선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너무 편하게 가려 하는 한 불쏘시개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얼마 전 사석에서 의원들끼리 '손 전 지사보다 지지율은 낮더라도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을 갖춘 후보를 내는 게 역사 발전 아니냐'는 토론도 했다"고 전했다.
물론 "정치는 어차피 승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게임" "범여권 통합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 등의 논리로 손 전 지사를 변호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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