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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화재 선의취득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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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화재 선의취득 '유감'

입력
2007.06.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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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전에 도난당한 문화재임이 분명한데 되돌려 받을 수 없다니요. 이런 법도 있습니까?"

전남 순천 선암사측은 27일 이렇게 항변했다. 선암사에 보관돼 있다 1978년 갑자기 사라진 불교 탱화 '삼십삼조사도'와 '팔상전팔상도'가 주인 품으로 돌아올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자 안타까움이다. 이 그림은 불화가 거의 그려지지 않던 1753년과 1780년에 각각 완성돼 문화재적 가치는 매우 높다.

사연은 이랬다. 사라진 지 30년 가까이 된 지난해 불화 2점의 '생존'이 확인됐지만, 소유권 분쟁이 벌어졌다. 검찰은 불화를 미술품 경매시장에 내놓은 2명이 "도난품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자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선암사는 즉각 반환 소송을 냈다.

불화의 '귀환'을 기대했던 선암사는 그러나 26일 법원이 내린 판단에 맥이 빠졌다. 법원은 "소유 목적으로 평온ㆍ공연하게 점유해 온 것으로 보이며, 취득한 지 10년 이상이나 지났기 때문에 소유권이 인정된다"며 불화 소지자 2명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제시한 법리적 근거의 핵심은 민법상 '선의(선의)취득과 '시효취득'이다.

사실 '문화재 선의취득'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현등사 사리구'를 놓고 조계종과 삼성문화재단이 벌인 소유권 다툼은 익히 알려져 있다. 결론은 번번이 원 소유자가 패했다. 그렇더라도 법원은 법리적 판단에 앞서 문화재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경위야 어떻든 손에 넣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문화재 도둑'만 양산될 뿐이다. "공소시효 7년만 지나면 장물을 사고파는 데 문제 없다"는 한 도굴업자의 말은 예사롭지 않다.

7월말 시행 예정인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일단 기대된다. '문화재는 민법상 선의취득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세부 시행규칙에는 해당 문화재의 범위와 소유기간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김정우 사회부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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