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8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법무부가 수배 중인 조니 로젤리라는 쿠바 마피아 조직의 두목에게 은밀히 접근한다. “폭력배 유형의 행동이 필요한 민감한 작전”으로 불린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암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CIA의 사주를 받은 로젤리는 카스트로의 도박 불법화 조치로 아바나에 운영중인 도박장을 잃은 국제기업의 대표로 행세하며, 2인자 자리에 알 카포네의 계승자로 유명한 시카고 갱단의 두목 샘 골드를 고용한다. 샘은 카스트로에게 접근할 수 있는 부패 관리 후안 오르타를 작전에 끌어들이고, 그에게 카스트로를 독살할 여섯 알의 알약을 전달한다. CIA는 무기 사용을 제안했지만, 음식이나 음료에 몰래 탈 수 있는 독약이 낫다는 게 마피아들의 생각이었다.
CIA가 1959년 쿠바 공산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카스트로를 암살하려던 시도가 비밀 해제된 CIA 기밀문서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이 파일은 1973년 당시 CIA 국장이었던 제임스 슐레진저의 지시로 작성된 내부 보고서이다.
마이클 헤이든 CIA 국장이 미국민과의 사회적 약속이라며 26일 공개한 702쪽짜리 이 보고서에는 의혹은 무성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처음 확인된 콩고 독립운동 지도자 파트리스 파트리스 루뭄바와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질로 암살 시도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 암살 모의 중 어느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카스트로 암살 시도는 1961년 4월 미국의 피그만 침공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폐기됐다. 루뭄바는 CIA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1960년 쿠데타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됐고, 트루질로는 1961년 정적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국내 정보수집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미국 시민들과 유명 언론인을 상대로 광범위한 불법 감시 공작을 펼쳤다. 여배우 제인 폰다 등 반전운동가들의 개인 우편을 수시로 뜯어보고, 반전 논조의 기자들에 대해선 전화 도청을 자행했다. 반전운동 그룹에 아무런 정보도 알리지 않은 채 임의로 약물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CIA는 미국 급진주의 단체와 교류하는 카리브해 연안의 흑인 급진파들에 대해서도 스파이 활동을 감행했다. 1960년대 미국 유수의 대학과 19개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던 미국 급진주의 운동 단체 ‘민주사회 학생연합’에 대한 감시 활동도 기밀문서에 기록돼 있다.
헤이든 CIA 국장은 문서를 공개하면서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이고 대부분 떳떳하지 못한 내용이지만 그것도 CIA의 역사의 일부”라며 “다른 시대, 지금과는 다른 CIA의 모습을 일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