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의 재상’ 고든 브라운(56) 재무장관이 27일 총리에 취임했다. ‘블레어의 2인자’로 지낸 지 13년 만이다. 말수 적고 고집 센 스코틀랜드 출신의 브라운은 또 10년만의 새 영국 총리다. 그는 전임자 정책을 유지하되 정부운영의 변화를 약속하며, 이를 ‘변화를 위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개혁을 앞세운 변화의 바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레어 유산청산
브라운 총리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 비해 ‘부족한 총리’다. 카리스마나 화려한 언변에서 블레어에 뒤진다. 실용주의자로 알려졌으나 좌파성향은 더 강하고 지역적으론 비주류 출신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일만하는 그는 ‘자폐증 환자’ ‘무자비한 스탈린주의자’란 비판도 듣는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그가 이끈 영국경제의 호황이 말해주듯 실천력에선 앞선다는 평이다. 이에 착안, 브라운 총리는 정책으로 블레어와 차별화한다는 생각이다. 블레어의 상징과도 같은 ‘소파 스타일’ 정부가 우선 개혁된다. 집무실의 편안한 소파에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하원의 딱딱한 녹색의자에서 일 처리를 하겠다는 얘기다. 새 바람으로 브라운 총리는 취임 초 지지율이 올라가는 ‘허니문’이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당파 초월한 내각구성
브라운 정부의 색깔을 보여줄 내각은 27,28일 발표 예정이다. 일찍부터 브라운 총리는 능력을 갖춘 정부구성을 천명했다. 약속대로 니콜라 사르코지의 프랑스 정부처럼 당파를 넘어 야당 의원들을 각료에 임명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공중보건과 교육이 최대 현안으로 다뤄지고, 젊은 세대를 위한 대규모 주택건설 등이 추진된다.
정권 초반 인기가 오르면 차기 총선을 2009,2010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내년에 실시할 수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외교잣대는 이라크
이라크에 주둔한 영국군 5,500명은 브라운 총리의 결심에 따라 2008년까지 철수할 수 있다. 영국의 진보적인 싱크탱크인 센터포럼 측은 “브라운의 손이 아주 깨끗하진 않지만 아주 더럽혀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가 이라크 전을 ‘블레어의 전쟁’으로 간주하고 자신은 다르게 대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이라크 전을 언급하며 “우리가 실수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미국은 브라운 총리의 이라크 정책을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다니엘 벤자민 선임연구원은 “브라운이 외교문제에 침묵하고 있어 워싱턴에선 누구도 영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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