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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색깔있는 영화보기] 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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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색깔있는 영화보기] 준벅

입력
2007.06.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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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영화 <하나 그리고 둘> 을 보면, 과거 첫사랑 여자를 만나 하룻밤 불륜에 고민하는 아버지와 남자친구와 첫 데이트를 하면서 첫날밤을 치를지를 고민하는 딸의 모습이 교차되는 장면이 나온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여자친구가 손을 맞잡고 과거 연애시절을 떨리는 목소리로 회상할 때, 딸과 딸의 남자친구는 아버지의 회상을 현재 진행형으로 체험한다.

교차편집이라는 간단한 영화적 장치를 통해, 에드워드 양 감독은 가족의 성장통과 발달과업은 세대를 통해 되풀이 되며, 나만 경험하는 것 같은 세상의 모든 일들이 사실은 가족 안에서조차 새로울 것이 없다는 통찰을 한번의 붓질로 완성해 낸 것이다.

영화 <준벅> (28일 개봉)에서도 가족에 대한 감독의 비슷한 통찰은 단연 빛이 난다. 영화의 내용인 즉은 도회에 나가 성공한 큰 아들이 시카고에 화랑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연상의 신부를 데려오면서 원가족들과 좌충우돌을 벌인다.

그런데 스크류 드라이버를 찾아내는 며느리를 바라보는 시아버지의 시선은 늘씬한 며느리의 다리에 꽂혀 있고, 임신한 동서는 남편 몰래 혼자서 자위를 하고, 시동생은 형수가 사랑한다고 안아주자 그녀의 엉덩이에 손이 간다.

한 순박한 남부 가족의 내면에 깃든 폭발할듯한 긴장감, 거미줄 같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이 가족을 가면 갈수록 서로에 대한 오해와 역기능의 코너로 몰아 붙인다.

필 모리슨은 도시 며느리와 시골 가족간의 좌충우돌의 문화적 갈등을 통해, 가족의 문제는 같이 살지않는 한 이해되지 않는 것이며, 가족의 문제는 계속되는 동심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심력이란 깡통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사실 <좋지 아니한가> 부터 시작하여 <보통 사람들> 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문제를 다루는 감독들은 비밀과 거짓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가족문제를 동심원적 반복 안에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해결 역시 '따로 또 같이' 의 해법을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는 가족영화에서 가족을 다루는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방법. <준벅> 에서 필 모리슨 감독은 가족 내부를 조망하기 위해 에드워드 양과 달리 '소리'를 선택한다.

종종 격렬한 가족의 말다툼 끝에 카메라가 택한 것은 텅 빈 집과 방이나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비어 있는 풍광들이다. 밤만 되면, 이 집만은 벽에도 귀가 있는지 숨겨진 한숨소리, 다투는 소리, 신혼부부의 격렬한 섹스 후의 신음소리가 서로의 귀에 모두 들린다. 그곳 6월의 햇볕은 너무 길고, 시카고에서 한 가족에 이르는 길은 너무 먼 것이다.

완벽한 사랑도 완벽한 미움도 존재하지 않는 가족의 초상. 그러고 보니 그 중 가장 근사해보였던 큰 아들 조지 역시 신혼의 아내가 언젠가 내 단점을 알게 되면 실망하게 되리라고 걱정하지 않는가. 조지의 이 대사가 마음에 꽂히는 지점이 있다면, 당신은 <준벅> 의 가족들을 그저 나의 가족들처럼 그대로 맞아 들일 수 있는 준비가 이미 되었을 것이다.

영화평론가ㆍ대구사이버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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