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해 7월 1일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선언했다. 미국 연방 주정부 수준의 자치모범도시를 만들겠다며 각종 지원과 권한이양을 약속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년동안 구호만 요란했을 뿐 알맹이는 없다. 정부는 지역의 역량부족을 탓하고, 도와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의지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1년의 성과와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
“이것은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여~.”
제주공항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제주만의 특별자치를 해보니 어떻냐”는 질문에 TV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로 대답을 대신했다. 특별자치도 얘기만 꺼내면 “정부가 ‘특별한 자치권’을 줬다는데 도대체 뭘 줬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특별자치 지원에 대한 정부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불만과 냉소적인 반응만 돌아왔다.
국방과 외교 분야를 제외한 고도의 분권자치로 제주도의 획기적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었던 주민들의 기대가 1년 사이 실망과 푸념으로 뒤바뀌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제주대 행정학과 양영철 교수는 정부의 중앙집권적 행정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양 교수는 “자치권을 이관해 스스로 지역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이 특별자치도의 설치 목적인데도 여전히 정부는 통제에 중점을 두고 권한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특별자치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특별자치를 하라고 해놓고 타 자치단체와 형평성을 들먹이며 권한이양을 꺼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특별자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모든 행정사무권한은 자신들만이 행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비난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완성 목표시기는 2011년이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보장한 ‘고도의 자치권’ 실현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실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정부가 넘겨준 행정사무권한 1,062건 중 688건이 특별행정기관의 사무가 자치사무로 바뀌면서 자동 이양된 것이고, 특별자치도에 직접 위임된 사무는 374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직접 위임사무와 관련된 조례제정도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도록 돼있어 지금껏 도가 직접 제정한 조례는 85건에 그치고 있다.
도의 정책결정과 사무처리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한 것도 특별자치권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은 도지사의 결정과 사무처리에 앞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사전협의토록 곳곳에서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의 비전속 진료허용에 관한 특례가 대표적인 예다. 특별법은 제주도 이외 지역의 의료인이 제주 내의 다른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 조례로 제정하게 해놓고 정작 의료행위의 범위 등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장관과 사전 협의토록 했다.
이 같은 사전협의는 특별자치도라는 법적 지위에 비춰볼 때 중앙정부에 의한 사전통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부산대 김남철(법학과) 교수는 “독일에서는 정부가 우리나라처럼 자치단체 위에 군림하지 않고 자치행정을 후원, 조언하는 데 그 역할을 다 한다”며 “특별법상의 사전협의도 제주자치도의 자주적 결정능력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전통제보다는 사후 통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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