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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5주년…연평도 해역을 가다/ 그날의 격전 잊으려는 듯…바다는 적막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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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5주년…연평도 해역을 가다/ 그날의 격전 잊으려는 듯…바다는 적막하기만

입력
2007.06.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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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도. 인천항에서 서쪽으로 80여㎞ 떨어진 최전방 해역으로, 북한 섬들이 바로 코 앞이다. 2002년 6월 29일 이 섬 서남쪽 20여㎞ 바다에서 남북은 여전히 전쟁을 잠시 쉬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서해교전’이 일어났다.

남과 북의 장병이 각각 20여 명 숨지거나 다쳤고, 남측 고속정 1척이 침몰했다.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격전’이었다.

서해교전 5주년을 앞둔 25일. 열전(熱戰)의 현장은 고요했다. 1m에도 못 미치는 파고는 그마저도 조용히 살랑거리고만 있었다. 서해 명물 꽃게잡이 철(4~6월)도 끝물이라 떠있는 어선 수도 많지 않았다. 인근 해역을 경계하는 고속정의 병사들은 “연중 몇 번 만나기 힘든 좋은 날씨”라고 했다.

해군의 인도를 받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의 부두를 출항한 것이 오전7시30분. 서해 바다를 경계하는 1,200톤급 초계함 ‘진해함’을 타고 4시간 남짓 달리자 멀리 까만 점 두 개가 나타났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밀착 방어하는 150톤급 고속정 참수리호 2정이다. 선미 좌우에 ‘358’ ‘361’이라고 새겨져 있다.

특히 358호는 서해교전 때 침몰한 ‘참수리 357호’의 ‘파트너’였다. 358호가 1호, 357호가 2호를 맡았고, 북 경비정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파손된 357호는 358호가 예인 중 침몰하고 말았다.

고속정은 한번 출항하면 열흘간 NLL 최전방 경계를 선다. 초계함처럼 규모 있는 배가 아니어서 편하게 쉬고 충전할 공간이 별로 없다. 장병들의 얼굴이 까칠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승조원 28명. 윤영하 대위가 357호를 지휘하다 산화(散花)한 것처럼 정장은 지금도 대위가 맡고 있다. 무장은 40㎜ 싱글포 1문, 배 가운데 20㎜ 발칸포 2문, 좌우에 12.7㎜ K6 중기관총이 1문씩이다. 20㎜ 발칸포는 분당 3,000발을 근접한 목표물에 쏟아 붓는다.

고속정은 위쪽 꼭지점인 연평도를 끼고 큰 삼각형 모양으로 연평 해역을 순환 경계한다. 경계 해역은 한 바퀴 도는데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이 선을 따로 돌면서 주로 어선이 몰려 있는 지점에 멈춰 남북한 및 중국어선의 NLL 침범을 방지하는 것이 임무다.

연평도를 좌우로 해서 건너쪽에는 맑은 날이면 손에 잡힐 듯 대수압도, 미력리도, 갈도, 석도, 장재도 등의 북한 섬이 즐비하다. 등산곶도 보인다.

“경계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조기옥(소령) 고속정 232편대장의 말처럼 해군은 전력의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참수리호의 무기 체계는 북한 경비정보다 월등히 우세하다. 게다가 ‘윤영하함’으로 명명된 560톤급의 신형 고속정이 내년 중반부터 2015년까지 모두 24정 배치된다.

하지만 우리 전력이 우월하다고 서해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는데다, 어선들을 보호하거나 막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 중국 어선을 쫓아온 북한 경비정들이 NLL을 넘었다가 급히 유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북한 인민군 해군사령부는 최근 한 달 새 “남측의 영해 침범으로 해전의 범위를 벗어나 큰 전쟁의 불씨가 된다”는 너덧 차례 도발적인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참다 못한 남측도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처할 만반의 준비가 돼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나마 서해교전 이후 남과 북의 고속정과 경비정이 매일 오전 8, 9시께 한 차례 정도 통신을 주고 받아 위기상황에서 소통할 현장 채널을 만들어 두고 있는 게 다행이다.

“백두산, 백두산, 여기는 한라산.” “여기는 백두산.” “감도 어떤가.” “잘 들린다.”

대화라야 이 정도지만 서해의 긴장도를 고려하면 소중한 채널이다. 정호섭(준장) 해군 2함대 부사령관은 “2함대가 조용하면 해군이 조용하고 해군이 조용하면 나라가 조용하다”고 말했다. 서해가 열전의 현장에서 냉전(冷戰)을 거쳐 평화의 바다로 바뀌기를 누구나 염원한다. 가장 현실적인 해답은 서해 공동어로 등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 군사회담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연평도=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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