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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E=mc²(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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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E=mc²(下)

입력
2007.06.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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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책 (김민희 옮김·생각의 나무 발간)이 단지 상대성 이론에 대한 수많은 책 중 하나가 아닌 이유는, 추상적 용어나 개념 대신 내 손 위에 있는 실체를 만들어내는 묘사 덕분이다. 과학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에 대해 모두 그렇다.

빛의 속도 c는 왜 항상 변하지 않는 ‘상수’인지,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보든 정지해서 보든 왜 빛은 항상 똑 같은 속도 초속 30만㎞로 움직이는지, 과연 빛이란 무엇인지, 보더니스는 평범한 대중의 심오한 질문에 접근한다.

불변하는 빛의 속도는 그 자체가 곧 빛의 물리적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지와 자기가 곧 같은 힘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것을 간파했고, 움직이는 자기는 전류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빛이란 전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자기를 만들고, 자기가 움직일 때 또 전기를 일으키는 과정이 새끼줄 꼬이듯 연속되는 ‘얼싸안기’(mutual embrace) 과정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빛의 본질이 전기와 자기가 서로를 자극하면서 나아가는 파동임을 간파했고, 그렇기 때문에 빛의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는 극한치다. 빛은 전기와 자기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생성되며 그래서 ‘정지한 빛’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도 빛의 속도로 여행할 수 없는 이유도 이 공식에 담겨있다. 가속기라는 물리학 실험시설은 양성자 같은 작은 입자를 빠르게 가속시켜 서로 충돌시키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해 양성자를 가속시키면 그만큼 입자가 무거워진다.

빛의 속도의 99.9997%에 이르게 만들면 양성자는 430배나 무거워진다.

이를 더 가속시키려면 무거워진 질량의 c²배의 에너지(E=mc²)가 필요하다. 빛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해지고 끝내 빛의 속도에 이르지 못한다.

책의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는 더욱 생생하다. 주인공인 아인슈타인 외에 많은 물리·화학자들이 등장하는데 노벨상이라는 명성에 가려 논란이 될만한 과오는 살짝 가려져 있던 위대한 과학자들이 보더니스의 손에서 뼈도 못 추릴 정도다.

핵분열 현상을 발견, 노벨상을 받은 오토 한의 업적은 상당부분 그의 동료인 여성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의 명석함 덕분이었다. 그러나 한은 나치 점령시 독일에서 마이트너가 추방당하도록 방치했을 뿐 아니라 노벨상을 받은 뒤 마이트너의 기여를 철저히 무시했다.

마이트너는 추방 뒤에도 계속 한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 실험을 주도했는데, 보더니스는 “한은 언제나 그렇듯 이해하는 데 가장 느렸다”고 비꼬고 있다.

또 독일 승리를 위해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했음에도 전후(戰後) “일부러 원폭 개발을 지연시켰다”고 시사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행동도 위선일 뿐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반면 18세기 초 시레이 연구소를 세워 볼테르와 함께 프랑스 과학을 개척했던 에밀리 드 샤를레, 태양의 구성물질이 철이 아닌 수소와 헬륨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혀내고도 기성 학자들로부터 철저히 핍박 받은 세실리아 페인과 같은 여성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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