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전업주부 이모씨는 자녀 학업 문제로 가끔 학교에 갈 때마다 늘 궁금한 게 있었다. "학교 매점은 누가 운영할까? 권리금은 얼마일까? 괜찮은 사업 같은데…."
그러던 이씨는 최근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를 들었다. '온비드'를 통해 서울 봉천동의 한 고교 매점 임대계약을 맺고 1년에 초기 투자자본 대비 60%의 수익률을 냈다는 한 주부의 성공담이었다.
권리금 없이 연간 사용료만 내면 된다고 했다. 종자돈이라고 해봐야 생활비를 절약해 모은 1,000여만원이 고작인 이씨는 무릎을 쳤다. 이씨는 즉시 온비드 회원으로 가입한 뒤 요즘 매일 온비드 사이트에서 학교 매점 임대 공고를 검색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운영하는 전자공매시스템 온비드(www.onbid.co.kr)가 새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월 80만명의 이용자들이 '대형 온라인 장터'인 온비드를 드나든다. 온비드 회원 37만명이 월 평균 2, 3회 사이트를 방문하는 셈이다.
온비드에는 아파트, 토지 등 부동산을 비롯해 자동차, 회원권, 주식, 학교매점, 지하철상가 운영권 등 '돈 되는' 물건들이 즐비하다. KAMCO의 공매 물건이나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 6,100여개 기관이 압류 등으로 확보해 처분하겠다고 공개입찰에 내놓은 것들이다.
2003년 1월 서비스 시작 이후 지금까지 31만여건이 입찰에 부쳐져 5만여건이 낙찰됐다. 거래금액만 무려 4조5,000억원. 2005년 6월 서울시가 내놓아 1조1,200억원에 팔린 뚝섬 상업용지처럼 개인은 엄두도 못낼 물건도 있지만, 소액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보석 같은 매물도 상당수다.
올해 1~4월 낙찰 물건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평균 66.4%. 감정가 1만원 짜리 물건을 6,640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한 50대 퇴직자는 아파트를 구입해 되팔아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뒀고, 중고 자동차를 시세보다 수백 만원 저렴하게 구입한 이도 있다"고 말했다.
온비드를 통해 소자본 창업의 꿈을 이룬 전업주부들도 상당수다. 주로 연간 1,000만~2,000만원의 적은 임대료로 운영할 수 있는 소형 점포가 인기다.
지난해 전체 낙찰자 가운데 주부 비율은 7.6%에 불과했지만, 점포 임대의 경우 17.9%에 달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2,000만원 미만의 소액 점포 임대 물건을 낙찰 받았다. 음식점, 서점, 미용실, 안경점, 스포츠용품점, 세탁소, 약국, 제과점 등 업종도 다양하다.
온비드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과 안전성이다. 인터넷으로 모든 절차가 이뤄져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물건에 입찰할 수 있고 보증금도 낼 수 있다. 현장 입찰이나 우편 입찰만 가능한 법원 경매와 달리 사전조사를 충분히 한 뒤 여유있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또 국가공인 전자시스템이어서 비밀보장 등 안전성도 탁월하다. 공매 물건 중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를 매수할 경우 별도의 거래 허가를 받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자가 된 경우 1년 내에 첫번째 주택을 매각하지 않으면 50%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데, 1년이 되도록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할 경우 KAMCO에 매각을 의뢰하면 그 시점에 매각을 한 것으로 간주돼 9~36%의 정상적인 양도세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물건은 통상 시세보다 저렴해 구매 고객도 득이다.
물론 낙찰 후에는 매수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만큼 무턱대고 입찰에 참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주택이나 상가는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이 있는지, 농지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을 수 있는지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또 등기부등본을 기준으로 매각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현장조사를 해봐야 한다. 상가나 매점은 입찰 전 주변 교통상황 및 유동 인구 등 상권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사 측은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온비드 이용안내 등 공매 무료 설명회를 실시하고, 모의 입찰장도 운영하고 있다. 또 온비드 입찰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원하는 물건 종류나 지역, 가격대 등 조건을 사전에 지정하면 매물 정보를 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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