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리대회 낙하산에 날아가다?' '2009대회 결국 영국 버밍햄으로'. 한국일보 21, 22일자 기사다. 2009년 6월 서울에서 열리기로 돼 있던 제100차 국제로타리(Rotary InternationalㆍRI)총회가 돌연 취소됐다는 것인데, 우리 내부의 '집안싸움'으로 개최권을 자진 반납했다는 비난이 높다.
19일 RI 측이 '한국의 총회 준비가 소홀하다'며 취소를 공식 통보했는데도 20일까지 "다시 추진하면 된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RI총회는 100주년 대회를 버밍햄에서 열기로 확정하고 전세계 회원에게 통보했다.
■세계 최대의 민간 자원봉사단체인 RI는 1905년 미국 시카고에서 청년 변호사 4명이 설립했다. 질병과 문맹 퇴치를 목표로 4곳의 사무실을 돌아가며 모여 '로타리'가 됐다. 진실, 공평, 선의와 우정, 유익을 4대 표준으로 삼고 있으며, 지구촌에서 소아마비를 박멸한 것이 대표적 공로 중 하나다. 203개 국가, 123만여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27년 경성(京城)지부를 시작으로 현재 정식 회원만 5만3,000여명이다. 규모로 세계 7위, 활동 기여도는 3위에 올라있다. 국제적으로 이만큼 우리의 위상을 인정 받는 민간단체도 없다.
■각별한 의미를 갖는 100주년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기로 결정된 것은 2004년이다. 클럽 성격상 '잘 사는 사회지도층'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그러한 인사 5만여명이 서울로 몰려들 예정이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막중할 것이며, 국제적 위상향상도 크게 기대됐다. 회의장인 코엑스와 킨텍스는 물론 8,000여 호텔객실까지 가계약을 마친 상황이었다. 뜬금없는 '준비 소홀' 지적에 한국관광공사는 울상을 짓고, 국내 관계자들은 "조만간 결정될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대회를 반납한 경위를 이해할 수 없다. 기사의 지적처럼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내부 알력 때문이라면 기가 찰 노릇이다. 차차기(2008.7~2009.6) RI회장 내정자와 현재 RI이사 등이 '총회 준비위원장' 자리에 자신의 사람을 앉히려고 싸웠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것도 총회가 열린 미국까지 가서 그랬다니 말이 '준비 소홀'이지 "한국은 봉사단체 총회를 열 자격이 없다"는 선고를 받은 셈이다. '내 사람을 준비위원장에 못 앉힐 바엔 차라리 행사를 취소하자'는 심보는 '내가 못 먹을 밥, 재나 뿌리자'는 꼴이 아닌가.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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