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소외된 사람들, 무시당하고 버려진 사람들을 친구처럼 만나고 도와주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 사상 농아로서는 처음 사제 서품을 받는 박민서(39) 부제의 포부다. 그는 수화로 말했지만, 소외 계층을 돕겠다는 의지는 어떤 말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 박 부제는 7월 6일 다른 부제 38명과 함께 천주교 서울대교구로부터 사제 서품을 받는다. 농아로서 사제로 서품되는 것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
현재 세계 가톨릭교회에서는 총 14명의 농아 사제가 활동하고 있다.
박민서 부제는 두 살 때 홍역을 앓다가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었다. 중학교까지 일반 학교에 다녔던 그는 서울농학교 고등부를 거쳐 경원전문대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대학 시절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사제의 길을 밟게 됐다. “저 같은 농아를 돕고 싶어 사제가 되기로 했어요. 다들 ‘넌 농아이기 때문에 안 된다’며 포기하라고 했지만 정순오 신부님이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도와주었습니다.”
그는 1994년 정순오(54ㆍ번동성당 주임) 신부의 주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1년간 어학연수를 하고 농아 종합대학인 갈로뎃 대학과 뉴욕 성 요한 신학대대학원 등에서 공부한 뒤 2004년 귀국했다. “남보다 훨씬 열심히 공부했죠. 정 신부님께 받았던 지원금을 조금이나마 아끼려고요. 유학 도중 농아 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폐지돼 힘든 적이 있었지만 신앙이 버팀목이 돼 주었어요.”
박 부제는 귀국 후 2년 반 동안 가톨릭대학교에서 수학했고 지난해 7월 부제로 서품됐다. 그는 사제 서품을 받고 7월 8일 번동성당에서 첫 미사를 집전한 뒤 수유동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수화 미사를 집전하면서 본격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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