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25일 내놓은 내신 관련 대책에 대해 주요 대학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 심각한 마찰이 우려된다.
8월20일까지 내신 등급 점수 차등화와 내신 실질반영률 40~50% 확대를 담은 정시모집 전형안을 내라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육부와 일부 대학의 정면 충돌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그러나 “돈줄을 틀어쥐는데 당할 대학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겉으로는 반발하겠지만, 결국 교육부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직격탄을 맞은 서울대는 예상대로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교육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제재를 받아도 그냥 가겠다”고 말했다. 4월 발표한 ‘내신 1ㆍ2등급 만점 처리’ 전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이미 확정 발표한 전형안을 이제 와서 바꾸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2008학년도는 그대로 가고 2009학년도 입시에서 1,2등급을 분리해 점수를 주는 것은 적극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교육부를 직접 겨냥했다. 박유성 입학처장은 “교육부 발표는 (정부 대책을)받든지 거부하든지 고르라는 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처장은 “교육부에서 입학전형과 관련해 내신 실질반영비율, 등급간 점수차도 일일이 정해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주지 뭣 하러 시간을 낭비하냐”며 “학생선발과 대입전형 자율권을 다 가져가겠다는 소리 “라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고려대는 교육부에 내신 실질반영률 단계적 확대 건의안을 냈던 전국입학처장협의회와 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를 탈퇴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의서를 내면서 고려대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이유다. 고려대는 조만간 교수 전체회의를 소집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성재호 성균관대 입학처장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성 처장은 정시 전형안을 교육부가 발표한 기한 내로 만들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입전형이라는 것은 60만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하고 복잡한 검증과정을 담는 것인데 교육부는 마치 수식하나만 바꾸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성 처장은 “ 7월말까지 수시입학 전형에 매달려야 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남은 기일 동안 교육부가 요구하는 대입전형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지만 현재로선 가타부타 말을 할 만한 게 없다”며 “8월 말로 시한을 예정한다고 해서 꼭 지켜질지 모르겠다. 노력은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말해 교육부의 방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화여대는 “내용을 좀 더 검토해 보고 향후 입장을 발표해야지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손재언기 chinason@hk.co.kr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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