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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强國 우리가 뛴다] 기아차 광주공장 김국상 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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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强國 우리가 뛴다] 기아차 광주공장 김국상 기장

입력
2007.06.2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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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김국상(55) 기장(과장급)은 오른손 엄지 손가락이 없다. 중학교 1학년 때 집에서 키우는 소 여물을 작두로 썰다 사고를 당했다. 오른손 잡이인 김씨는 “엄지가 없어 불편하긴 했지만 인생을 사는데 불리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허허 웃었다.

김씨는 25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이 달의 기능한국인’에 뽑혔다. 그는 1979년 기아차에 입사해 28년간 자동차에 색을 입히는 도장(塗裝) 일만 해온 국내 도장 역사의 산 증인이다.

83년 금속도장 기능사가 된 뒤 90년에 건축도장 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99년엔 대한민국 기능인 최고 영예인 명장(금속도장)에 올랐다. 도장 기술 하나로 99년 노동부장관 표창을 비롯해 신지식인 선정(2004년) 석탑산업훈장(2005년)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그에게 도장은 예술이다. “단순히 차에 색을 입히는 작업이 아니라 상품성과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지요.” 차 색깔은 때로 차 주인의 성격과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래서 김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검정과 하얀색 차를 선호하는 게 불만이다. 다양성과 역동성이 부족한 획일화한 사회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난한 색도 좋지만 과감하고 밝은 색 차들이 좀 더 많이 도로를 누비면 우리 사회도 활기 넘쳐 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예술’은 퇴근 후에도 계속된다. 82년부터 친구 권유로 서예를 시작했다. 처음엔 취미 삼아 붓을 들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는 등 서예계에서 알아주는 ‘명필’이다. 공장 상징석에 적힌 ‘和合(화합)’이라는 글씨도 그의 작품이다.

불편한 손 때문에 글씨가 잘 안 써져 홧김에 꺾은 붓이 20개가 넘는다. 그러면서 ‘부족한 것은 노력해서 채운다’는 근능보졸(勤能補拙)의 자세를 깨우쳤다. 그는 “도장이든 서예든 최고의 작품을 위해 필요한 건 기술이 30%, 땀과 노력이 70%”라며 “하루하루를 어떻게 열심히 사느냐에 따라 10년 후 나의 모습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열정 덕분에 그는 96년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로 고교를 졸업했고, 같은 해 대성직업전문학교에 들어가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그는 “퇴직(2011년) 후에는 도장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관련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을 쏟겠다”며 “서예에서도 멋진 작품 하나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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