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면 사랑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모두 맛보았을 법한 나이다. 그런 30대 여성의 연애 심리를 그린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올랐다.
<썸걸(즈)> (닐 라뷰트 작ㆍ황재헌 연출)은 자신을 버린 옛 남자의 이중적 심리를 낱낱이 까발리고, <연인들의 유토피아> (유진월 작ㆍ김진만 연출)는 정열적인 사랑과 안정적인 결혼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연극의 주관객이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 여성임을 고려하면, 일단 소재만으로도 흥행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연인들의> 썸걸(즈)>
“저런 자식에게는 본 때를 보여줘야 해.” “인간 말종 같으니라고.” <썸걸(즈)> 의 객석에서 들리는 여성 관객들의 성토다. 썸걸(즈)>
강진우는 결혼을 앞두고 자신이 떠난 여성 4명과 만난다. 옛 여인들에게 자신이 과거에 상처를 주었다면 미안하다며 앙금을 씻어내자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들은 사랑에 눈 먼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다.
순진함과 요염함, 원숙함과 당돌함으로 채색된 4명의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끝까지 농락하려는 진우의 속셈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박호영 우현주 정재은 정수영 등 여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기에 충분하다.
이들이 던지는 연애와 성에 대한 맛깔스러운 대사는 ‘나쁜 남자’에 대한 여성들의 아픈 기억을 말끔히 씻어준다. 20, 30대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관객몰이 중이다. 8월 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6-3390
<연인들의 유토피아> 에는 두 쌍의 커플이 등장한다. 결혼한 지 10년 정도 돼 보이는 부부는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서로에게 냉담한 상태. 남편이 선물한 목걸이를 잃어버린 여자는 어느날 남편의 외도를 눈치챈다. 여자는 결혼이란 울타리를 깨지 않으려 하지만 떠난 사랑은 잃어버린 목걸이처럼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연인들의>
그와 그녀도 불안한 사랑을 하고 있다. 빗속을 함께 거닐고 침대 위에서 둘 만의 사랑을 꿈꿔보지만 이들은 불륜 관계이다. 그에겐 다른 여인이 있었고 그녀는 더 이상 그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유토피아’처럼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연극은 사랑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리기 보다 관객에게 현실에서 잊고 지낸 사랑을 떠올려 볼 것을 권유한다. 8월 12일까지, 산울림소극장. (02)334-5915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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