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상징이 풍차에서 풍력 발전기로 바뀌고 있다.
암스테르담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고 외곽으로 향하면 풍력 발전기가 2, 3개씩, 많은 곳은 10개 이상씩 줄을 서서 전기를 생산한다. 농가에서 직접 운용하는 가내 발전소다.
풍력 발전기는 이제 네덜란드의 호젓한 농가나 수백여 가구가 모여있는 마을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네덜란드 최대 발전 회사인 뉴온 본사가 있는 암스테르담 해안가에도 풍력 발전단지가 조성돼 있다.
■ 렐리스타드 풍력단지
암스테르담에서 북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렐리스타드. 바다와 같은 호수 변에 늘어선 바람개비들이 ‘쉬익 쉬익’ 소리를 내며 바람을 빨아들여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뉴온의 풍력단지다. 바로 옆에는 농가에서 운용하는 풍력단지도 조성돼 있다.
1984년 설립된 뉴온은 99년 지역 에너지 회사 3곳을 합병, 재탄생한 에너지 그룹이다. 석유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로 전기와 열을 생산했던 뉴온은 85년부터 풍력발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200㎾급으로 시험 가동했다.
96년 조성된 렐리스타드 풍력 발전단지에는 600㎾급 28기가 있다. 발전이 가능한 바람 속도는 초속 4~32㎙로 가동률은 80%나 돼 하루 19시간 이상 전기를 만든다.
우리나라 풍력단지 가동률이 30%를 밑도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 곳에서는 연간 3만6,000㎿h 정도의 전력을 생산, 1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는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이며 ㎾h는 실제 생산한 전력량 단위다.
■ 신재생 에너지분야 확대
뉴온은 네덜란드 13곳에서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연간 생산량은 84만㎿h로, 24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 만큼의 전력을 생산할 경우 발생되는 이산화탄소(CO2)는 연간 50만4,000톤에 달한다.
배출권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CO2 가격을 톤당 10달러로 환산하면 504만 달러(약 47억원)나 벌인 들인 셈이다.
뉴온은 그러나 겨울철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량이 증가, 할당량보다 많은 CO2를 배출해 유럽기후거래소(ECX)에서 배출권을 다량 구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뉴온의 전기 생산량 중 풍력이 차지한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그러나 뉴온은 2010년까지 전체 에너지 가운데 청정에너지 비율을 10%이상으로 늘린다는 네덜란드 정부 방침에 맞춰 올 4월 초대형 풍력단지를 완공했다.
네덜란드 북해 에그몬트 안 제이 해안에 설치된 노드제이빈트다.
해안에서 10~18㎞ 떨어진 곳에 3㎿급 36개 발전기를 설치한 이 풍력단지에서는 연간 35만㎿h의 전기를 생산, 10만 가구 이상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렐리스타드 인근에 2000년 바이오 매스 발전소도 지었다. 이 발전소는 경제성이 없는 잡목과 공원에 심어진 나무의 가지치기때 나오는 잔가지를 연료로 쓴다. 6.5㎿의 난방과 1.3㎿의 전력을 생산, 인근 3,000여 가구에 공급한다. 초대형 발전회사로서는 비율조차 계산할 수 없는 소량의 전기와 난방이지만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시험가동중이다.
뉴온은 또 2002년 네덜란드 할렘머메어에서 개최한 꽃 박람회 ‘플로리아드 2002’ 행사 때 세계 최대의 태양열 지붕을 건립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1만9,000여개의 태양발전판을 이용, 박람회기간 모든 전력을 공급했다.
■ 깨끗한 전기를 선호하는 네덜란드
발전 방식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화한 네덜란드에서 풍력 전기요금은 화석연료 전기요금보다 비싸다. 그러나 화석연료 전기요금에는 ‘오염세’(탄소세)가 붙어 최종 소비자 가격은 결국 같다.
가정에서는 전기를 주문할 수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전기를 쓸지, 풍력과 같은 청정에너지 발전 방식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할지 결정한다. 소비자 가격이 같기 때문에 최근 청정에너지 전기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뉴온의 헤르 반 드 뮬렌 기술담당은 “청정에너지 시장 규모는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뉴온은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 구조를 풍력은 물론 바이오 매스, 태양열 등 청정에너지 분야로 확대,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송두영기자 dysong@hk.co.kr
■ 세계 최대 탄소시장 '유럽기후거래소(ECX)'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사무실 한켠에는 유럽기후거래소(ECXㆍEuropean Climate eXchange)가 있다.
천문학적 규모로 성장중인 세계 탄소시장을 주무르는 곳이다. 2005년 4월 문을 연 ECX는 전체 직원이 6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거래한 이산화탄소(CO2)양은 4억5,200만 톤, 거래규모는 무려 90억 유로(약 11조1,500억원)에 달한다.
ECX는 배출권을 내다 팔거나 사는 거래처를 확보할 뿐 실제 거래는 용역사가 맡아 하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회사를 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올 3월말까지 CO2 1억9,200만 톤을 거래해 29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주까지 거래량은 3억8,000만 톤으로 집계됐다. 세계은행이 추산한 2006년의 탄소시장 규모가 300억 달러(약 224억 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ECX는 세계 탄소시장의 40% 가까이를 점유했다는 분석이다.
ECX가 밝힌 자사의 유럽 내 시장점유율은 46%이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와 세계은행은 세계 탄소시장 규모가 2010년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CX는 매수, 매도자에게 건 당 각각 2유로 정도의 수수료를 챙긴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호주 등 세계 각국의 탄소거래소에 비해 10~20% 정도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HSBC, UBS,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세계 정상급 은행과 투자회사도 ECX의 고객이자 거래은행이다. 이들 기관투자가는 싼값에 배출권을 사들여 비싼값으로 다시 내다 파는 방식으로 이윤을 챙긴다. 주식시장의 기관투자가와 같은 개념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일본 등 38개국은 내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EU는 2005~2007년 역내 국가들이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CO2 톤 당 40유로, 2008~2012년엔 톤 당 100유로의 벌금을 매긴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규정대로 줄이지 못하는 국가(기업)은 CO2 배출권을 사야 하고, 반대로 할당량보다 많이 줄인 나라(기업)는 ECX와 같은 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판매한다.
배출권 가격이 벌금보다 높으면 초과 배출한 기업은 벌금을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배출권 가격은 반드시 벌금을 초과하지 않은 가격에서 형성된다.
EU는 2007년까지의 국가별 할당량을 비교적 느슨하게 책정, 나라마다 감축량에 여유가 있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국가별 할당량이 크게 강화될 예정이어서 선물 가격은 20유로(약 2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 가격은 주식의 시세처럼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EU역내 국가나 기업에 할당한 양을 기준으로 남거나 부족한 CO2를 거래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통해 발생한 저감 실적이나 ‘크레딧’은 아직 거래하지 않고 있다.
ECX는 또 자사 홈페이지에 거래처는 물론 그 동안 거래됐던 CO2 양과 가격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다만 특정회사가 얼마나 사고 팔았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ECX 미디어담당 헨리 베커씨는 “배출권 거래 시장 규모와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그 동안 유럽내 배출권만 거래했지만 9월부터는 아시아 등 비유럽권 기업들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송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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