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주변국들에 대한 주도권 잡기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을 좌절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원유 매장량이 풍부한 중앙아시아를 호시탐탐 노리는 미국과 중국을 적극 견제하기 위해서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발칸 에너지 정상회담에 참석, 발칸 국가들을 상대로 ‘에너지전쟁’기선 잡기에 나섰다.
앞서 우크라이나, 그루지야와 천연가스 송유관 전쟁을 치른 바 있는 푸틴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벨로루시가 자국을 통과하는 러시아 송유관에 대한 과세방침을 밝히자 원유공급 중단이란 초강수를 던져 굴복시킨 바 있다.
발칸반도는 유럽지역 에너지 운송 허브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올해 초 크로아티아와 헝가리가 액화석유가스(LPG) 터미널 개발에 공동 협력키로 하는 등 몇몇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가스공급 의존도를 줄이고 수입선을 다른 곳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러시아 정부를 자극해 왔다.
중동부 유럽 국가들 중 일부는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러시아의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선 에너지수입원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사용되는 천연가스의 25%를 공급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발칸 지역의 에너지 수요 충당과 유럽 주요 국가에 대한 원유ㆍ가스의 안전한 공급을 위해 러시아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의사가 있다”며 주변국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믿을만한 자원 공급처로 40년간 한번도 상대국과 에너지공급 계약 의무를 어긴 바 없으며 환경 기준을 철저히 지켜 왔고 해당국의 이익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참석한 일부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등 불편한 심기가 역력했다.
스티페 메시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자국의 에너지 이익은 어떤 힘에 의해서 얻어질 수 없는 것이며 에너지 공급원의 접근성이 정치적 압력의 수단으로 악용되면 안 된다”며 막강한 자원을 무기로 서방 세계를 압박하는 러시아를 겨냥했다.
회담에는 알바니아 불가리아 보스니아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몬테네그로 등의 정상들이 참석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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