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대부업체의 상당수가 ‘현대캐피탈’‘신한캐피탈’처럼 유명 금융회사의 상호를 그대로 베껴 사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 허가를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허술 때문에 빚어진 일로, 소비자로서는 자칫 유명회사의 계열사로 혼동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4일 금융업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에 등록된 6,600여 대부업체 가운데 현대차 그룹 계열 여신전문회사인 현대캐피탈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인 신한캐피탈을 그대로 도용해 등록한 업체가 각각 3개, 하나금융그룹 자회사인 하나캐피탈 상호를 베낀 2개 업체가 각각 영업 중이다.
시중은행이나 대기업의 상호를 갖다 붙인 업체는 훨씬 많다. ‘우리금융’ 또는 ‘우리’를 넣어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것처럼 위장한 회사는 94개, ‘하나’가 들어간 업체는 80개, ‘신한’ 34개, ‘국민’ 21개 등이다. 또 상호에 ‘삼성’을 넣은 곳이 38개, 현대 83개 등이다. 전국 1만7,000여 등록 대부업체 가운데는 이처럼 유명 상호를 베낀 업체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은 현행 대부업법에 특별한 상호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카드, 보험 같은 명칭은 해당 관련 업법에 따라 함부로 상호에 붙이기 어렵지만 캐피탈은 이런 보호장치도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대부업체 상호에 의무적으로 ‘대부업’을 명기토록 개정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 채권추심 등이 두려운 소비자들이 유명 상호만 보고 근거없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며 “상호 도용 업체는 등록과정에서 지자체가 걸러줘야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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