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가진 유명 고가품은 싫다, 나를 감동시키는 나만의 것을 갖고 싶다.’
최근 수년 동안 전세계를 강타한 자산 가격 상승으로 부자들을 위한 산업이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부자 중의 부자, 슈퍼 부자들의 취향이 까다로워지면서 수십년 동안 사치품의 대명사로 알려졌던 유명 브랜드들도 변화에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고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슈퍼 부자들은 최근 남에게 으스대기 위해 병적으로 비싼 물건에 집착하는 현시적 소비에서 탈피, 자신을 감동시키는 취향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사생활 보호는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요즘 부자들은 떠들썩한 패션쇼에 참석하기 보다는 자신의 집 정원에서 조용히 앉아 차를 마시며 자신과 친구들만을 위한 패션쇼를 즐긴다.
부자들을 위한 호텔도 이러한 취향을 감안해, 이제 웬만한 고급 호텔이면 다들 제공하는 초대형 평판TV 대신 고객의 승용차 뒷좌석에 그 지방에만 피는 꽃을 꽂아두거나 갑자기 호텔 주인이 자주 가는 곳에 동행을 제안하는 등 부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고가 브랜드들은 중국이나 카자흐스탄 같은 신흥 시장에서 특수를 누리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8%씩 성장했지만, 유명 디자이너의 명성에 기댄 비슷한 제품 외에 신선하고 독특한 상품을 찾는 젊은 부유한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발렌티노나 아르마니처럼 디자이너의 명성에 의지하는 유럽의 고가 브랜드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질 샌더나 지미 추 같은 미국에 기반을 둔 패션 회사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패션과는 거리가 한참 멀던 위스콘신이나 앨라배마 같은 미국 ‘시골’ 지역에서도 자생적인 고급 패션 브랜드 출현하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와 투자은행들이 이들 미국판 신토불이 패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고가 브랜드 시장의 지형도를 바꿔가고 있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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