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잘 보내고 우리 가을에 다시 만나요.”
최근 주한 카타르 대사 관저에서 열린 대사 부인들의 6월 정기 모임은 서로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매월 정기적으로 얼굴을 대하는 대사 부인들이 7월과 8월에는 여름휴가로 모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9월 모임을 기약하고 자리를 떤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분위기가 자못 숙연했다고 한다.
서구권 외교관들의 여름 휴가는 한 달에서 길면 두 달까지 이어진다.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장기휴가다. 그러니 ‘한 여름 긴 이별’은 주한외교관들에게는 당연할 지도 모른다.
외교사절들의 휴가는 크게 시작일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눠진다. 6월 중순에 시작해서 7월까지 휴가를 보내는 그룹과 7월 말이나 8월에 시작하는 그룹이다.
전형적으로 선발대에 속하는 무사 함단 알 타이 주한 오만 대사는 16일부터 휴가를 시작해 홍콩과 푸켓에 1주일간 머물다 본국으로 가 7월 말까지 머문다. 약 45일간의 휴가다.
한 달이 넘는 긴 휴가는 한국인들이 무척 부러워한다는 말에, 그는 “대사들에게 한달 반은 평균적인 휴가 일수지만 너무나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에게 1주일은 충분하지 않는가”라고 대꾸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는 후발대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여름 휴가는 대체로 해외 여행을 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곧 휴가를 떠날 닝푸꾸이 주한 중국 대사는 45일간 부인과 함께 중국의 각 지방을 돌며 자국에 대한 공부와 여행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대사들로 하여금 본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휴가의 즐거움도 함께 하도록 고안한 제도다. 물론 여행 경비 일체를 정부가 부담한다.
그렇다고 모든 외교사절이 긴 여름휴가를 즐기는 건 아니다. 아시아쪽이 비교적 휴가가 짧은 편이다. 이와모토 시게히사 주한 일본 대사관 공보관은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한 달씩 휴가 가는 것 같던데 우리는 여름 휴가가 통상 2주”라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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