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을 얻어야 대권을 잡는다.’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벌써 과열 조심인 2008년 미국 대선 역시 여심이 승부를 가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성이 부동층의 절대 다수인데다, 역대 투표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10%포인트 가량 높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선거에선 ‘섹스 앤 더 시티 세대’로 불리는 18~44세의 싱글 여성이 승패를 결정한다는 분석이다. 2004년 대선에서 이들의 투표율은 59%로 기혼여성의 71%를 훨씬 밑돌았다.
부동층이고, 투표율도 낮은 이 ‘무주공산’의 표밭을 잡는다면 상대후보와의 격차를 더 벌리거나 좁힐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때문에 비록 내년 11월4일 대선 본선까진 많은 시일이 남아 있지만, 양당 후보들은 여성 유권자를 붙잡아두기 위한 선거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은 여성 선거전략가로 이루어진 ‘더 보드’를 가동하고 있다. 대부분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 선거캠프와 인연이 있는 이들은 매일 회의를 열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이들은 여성 3명 중 1명이 싫어하는 힐러리 의원의 차가운 이미지와 ‘전사’의 면모를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가수 셀린 디온의 ‘유 앤 아이’를 선거캠페인 주제가로 정하고, 인기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패러디 동영상을 공개한 것도 이들의 ‘작품’이다.
같은 당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은 부동층 선호도에선 힐러리 의원을 앞서지만, 여성층에선 힐러리 의원에게 두 배나 뒤쳐져 고민이다. 여성들이 가족과 국가의 안전이나 따뜻함을 우선시 한다는 점은 흑인인 오바마나, 여성인 힐러리 진영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민주당 표밭이지만, 여성들의 호감을 살만한 공화당 후보가 느닷없이 출현하는 바람에 내년 대선에선 이런 등식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도에서 공화당 선두에 뛰어오른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이 주인공이다. 그는 여성들이 좋아할 장점을 합쳐 놓은 후보로 평가된다.
톰슨 전 의원은 영화배우 출신답게 미국인이 선호하는 외모를 지닌 데다, 안식처 같은 느낌을 주는 ‘아빠’ 또는 기사도로 무장된 완벽한 남편감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선지 앙숙일 법한 여인들까지 톰슨 전 의원을 돕겠다며 팔을 걷어붙일 기세다. 첫번째 부인이 선거를 돕기로 한데 이어 옛 애인인 컨트리 가수 로리 모건은 “그 같은 남자랑 결혼하는 게 모든 여성의 꿈”이란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p@hk.co.kr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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