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 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 인근 브리티시 카운슬 본부. 대외협력국이 있는 6층의 한 회의실에선 직원 10여명이 점심 시간도 잊은 채 회의에 몰두해 있었다. 레베카 월튼 대외협력국장은 “영국 학교와 파트너쉽을 맺기를 원하는 중국 학교의 지원서를 받아, 해당 중국 학교를 선별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학교와 영국 학교간 교류 협력 관계를 매개하는 일이 브리티시 카운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1934년 설립돼 70여년 동안 세계적 문화 교류기관으로서 명성을 높여온 브리티시 카운슬의 가장 큰 기능은 다름아닌 영국과 외국 젊은이들간 문화와 교육의 상호 교류다.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영어를 배우려고 하거나 영국으로 유학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우선 찾아야 하는 기관이 바로 이 곳이다. 전 세계 109개국 233개 도시에 지부를 두고 있는 브리티시 카운슬은 말하자면 영국의 교육과 문화를 알고자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하루 24시간 끊임없이 두드리는 거대한 초인종이자, 영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셈이다.
영어 교육만 해도, 지난해 전 세계 32만여명이 브리티시 카운슬에서 100만 시간 가량의 교육을 받았고, 92만여명이 130만번의 관련 시험을 치렀다. 30개국 100여개 학교가 영국 학교와 교류협력을 맺어 5,300명의 젊은이와 600여명의 교사들이 영국의 교육문화와 리더쉽 관련 연수를 받기도 했다. 각국의 예술가들을 발굴해 지원할 뿐만 아니라 영국의 문화 예술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전 세계에 알리는 일도 이 기관의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이다.
브리티시 카운슬의 활동이 비단 교육이나 문화 교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개발 도상국의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맡아 사회 변화를 이끄는 역할도 하고 있다. 윌튼 국장 역시 1999년부터 3년간 요르단의 가정폭력과 아동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했었다. 그는 “영국 전문가들과 함께 현지 경찰와 교사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관련 정책 수립도 자문해, 요르단에서 여성보호시설이 만들어지고 아동보호정책이 시행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브리티시 카운슬의 2005년도 예산은 9,700억원. 한국의 '브리티키 카운슬'을 표방하는 국제교류재단의 올해 예산 300여억원의 32배를 넘는다. 이 같은 엄청난 비용과 세계적인 거미줄망으로 '해가 지지 않은 채' 전 세계인과 교류하는 브리티시 카운슬의 활동은 결국 영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면서, 영국의 교육과 문화 사회제도를 세계 곳곳에 전파하고 이식하는 전방위적 보급 진지다. 브리티시 카운슬이 지난해 수립한 '2010전략'은 영국에 대한 대외 이미지를 △사회변화를 위해 협력해야할 국가 △자아 개발을 충족할 수 있는 나라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그 성취를 위한 기회의 나라로 각인 시키는 것이다.
이는 영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지식경제', 서비스 산업의 확장과 맞닿아 있다. 영국 경제는 1980년대 이후 전통적인 제조업 위주의 산업에서 금융, 교육, 문화예술 산업 등 서비스산업으로 급격하게 전환됐다.
특히 블레어 총리 취임 후에는 영화, 뮤지컬, 컴퓨터게임, 디자인, 애니메이션, 멀티미디어 등 개인의 창작력에 기초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산업이 집중 육성됐다. 관련산업은 지난 10년간 거의 두 배 가까운 급성장세를 보이며, GDP(국내총생산)에서 9%를 차지하는 규모로 발전했다.
영국 외무성 홍보외교위원회의 제프 테일러 전략국장은 “ 그동안 로얄패밀리로 상징되어온 영국의 이미지가 여전히 보수적이고 전통지향적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다”며 “하지만, 지금 영국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현대적이고, 창조적이며 다양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 산업이 급속도록 성장하는 상황에서 영국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영국의 실제적인 모습도 그만큼 다양성과 창의성의 넘치는 나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일러 국장은 “런던 인구의 1/5이상이 외국인”이라며 “흑인, 동양인 등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수시로 만나고 교류하는 국제적인 도시로 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목되는 것은 영국은 이같은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특정 브랜드 를 내건 '이벤트성 캠페인'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테일러 국장은 “국가 이미지 홍보를 위해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실제 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예산만 낭비했다는 보고서가 2005년 제기됐다”며 “외교 전략에 맞는 실제적인 정책과 사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국 이미지를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의성과 다양성’의 영국을 홍보하기 위해 단기 캠페인이 아니라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에 주력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그 밑타㎱?교육과 문화라는 사회 저변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브리티시 카운슬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공동기획: 한국일보. 외교부.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 삼성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사이먼 안홀트 영국 외무성 공공외교위원 인터뷰
국가 및 기업 브랜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사이먼 안홀트씨(사진)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진정한 모습을 알리기 위해서는 관광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성 홍보외교위원회의 민간 위원인 그는 국가이미지 및 국가브랜드와 관련된 세계 유일 지표인 안홀트-GMI지수의 공동 개발자다. 그가 개발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브랜드 순위는 35개 대상국 중 25위. 연초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관광 브랜드 작업에도 직접 참여해 한국의 국가 브랜딩 작업에도 관여한 그에게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어떤지’를 물었다.
“한국은 다소 완성되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나라입니다. 서구에서 전자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생산하는 긍정적인 나라이지만, 국가 브랜드의 ‘부드러운(soft)’ 측면(문화, 국민, 자연 경관 등과 관련된 부분)은 매우 허약합니다. 더군다나 서구인들에게는 북한과 남한에 관한 혼동도 존재하는데, 이는 남한의 이미지에 명백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한류’ 열풍에서 보듯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이 국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부드러운 측면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즉 ‘인간적 면모’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진정한 모습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문학, 음악, 음식, 스포츠, 예술, 상품 등을 통해 문화를 수출하는 것이 이러한 과정을 이루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
-국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성공한 나라를 있다면 어디인가요?
“아일랜드, 남아프리카, 일본, 독일 등의 사례에서 보이듯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켜왔던 거의 모든 나라는 의도적으로 이미지 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매우 오랜 기간에 걸친 경제적, 사회적 혹은 정치적 갱신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체계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뉴질랜드나 호주 같은 몇몇 나라는 효과적인 관광 촉진책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어 왔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은 만약 각국이 자신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그들은 말이나 선언보다는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정책, 혁신, 그리고 투자는 커뮤니케이션, 광고, 그리고 로고보다 훨씬 많은 것을 설명해 줍니다.”
-최근 국가 브랜드 향상을 위해 추진하는 영국의 정책이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보다 효율적인 관광과 무역 촉진책, 문화 교류와 홍보외교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가 바로 수십년 간 문화교류와 대화를 통해 외국 국민들과의 상호증진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전력을 다해온 브리티시 카운슬입니다. 문화외교란 전 세계에서 자국을 브랜드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는 느리지만 매우 지속적인 효과와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는 것이 분명합니다. “
공동기획: 한국일보. 외교부.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 삼성
런던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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