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북한에 두고 온 배우자와 이혼하고 남한에서 재혼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8단독 이헌영 판사는 22일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 13명이 북한에 남겨둔 배우자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북이 나뉘어 주민 사이 왕래나 서신교환이 자유롭지 못한 현재 상태가 가까운 장래에 해소될 개연성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는 혼인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판단된다”며 “탈북자의 이혼이 가능하도록 최근 개정된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취지에 따라 이혼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이혼 논란은 2004년 서울가정법원이 탈북자 이혼 청구를 처음 받아들인 뒤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법원 주변에서는 법률적 하자 문제를 지적했고, 그 결과 법원은 “북한에 있는 배우자에게 소송서류를 송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관련 재판 진행을 중단했다.
그러나 북한 배우자와 이혼을 하려는 탈북자들이 누적되면서 다시 논란이 커졌고, 정부는 결국 올해 2월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법’을 개정해 탈북자 이혼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에 따르면 ‘배우자가 한국에 없다’는 통일부장관 확인서와 북한 탈출경위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이혼이 가능하다. 서울가정법원은 4월 말 현재 계류된 429건의 탈북자 이혼 소송을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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