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해리스 지음ㆍ곽미경 옮김 / 동녘사이언스 발행ㆍ468쪽ㆍ1만8,000원
2003년 분리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이란의 일란성 접착쌍생아(샴쌍둥이) 라단, 랄레흐 비자니 자매. 이들은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29년간 완전히 동일한 환경 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둘의 성격과 인생의 목표는 달랐다.
라단은 고향 시라즈에서 변호사를 하고 싶어했지만, 랄레흐는 테헤란으로 가서 기자가 되기를 원했다. 수술을 앞두고 이들은 “우리는 붙어있지만 세계관도, 생활방식도, 사고방식도 판이한 전혀 다른 두 사람”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심리학계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개성을 만드는 원인으로 환경의 차이, 유전자와 가정환경의 복합적인 원인,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 출생 순서와 가족 내 환경의 차이, 유전자와 환경의 상관관계를 들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진화심리학과 인지과학을 동원한 탐정이 되어 ‘환경의 차이’ 등 다섯 ‘용의자’가 ‘범인’이 아님을 차례로 밝혀간다.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일란성 쌍둥이다. 유전자와 성장 환경이 같음에도 성격은 판이하기 때문이다. 비자니 자매의 예는 기존 심리학계의 주장을 반박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이 책이 개성을 만드는 요인으로 새롭게 제시하는 것은 우호적 인간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관계 체계, 집단의 성원이 되려고 하는 사회화 체계, 경쟁자를 앞지르려고 하는 지위 체계라는 세 가지 메커니즘이다. 관계 체계는 차별화를 위한 장치로, 개인 간의 미세한 차이를 가려내 각자에게 맞는 행동을 적절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회화 체계는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마음이다. 지위 체계는 타인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가를 결정하게 한다. 외모 역시 지위 체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세 가지 체계가 과연 인간의 개성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저자 스스로도 세 체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고,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이론 검증을 위한 실험이 쉽지 않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건전한 회의를 던지기 위해 책을 썼다’는 목적은 달성한 듯 하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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