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국민연금법이나 사립학교법 같은 쟁점 법안을 둘러싼 극한 대결이 ‘전혀’ 없다. 혹시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의 미덕을 발휘하고 있는 걸까.
유감스럽게도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내막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이가 없다. 우선 일부 상임위에선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통외통위, 문광위, 복지위, 교육위 등은 해당 의원의 탈당 후 법안 심의를 총괄하는 소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우리당이 힘겨루기에 몰두하면서 연일 파행을 겪고 있다. 이러니 연금법과 사학법을 둘러싼 대립이 있을 수가 없다.
재경위는 4대 보험 통합징수법을 조세소위에서 다룰지, 재경금융소위에서 다룰지를 놓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각 교섭단체가 6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합의했던 교수노조 설립 관련법은 한나라당의 거부로 환경노동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개혁특위와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자리는 4월 국회 때부터 한나라당과 우리당이 암투를 벌이고 있는 대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위 시한 연장안이 정족수 미달로 본회의 처리가 미뤄진 것도 하나의 코미디였다. 국회 사무처는 회기 중임에도 시설 보수를 이유로 23,24일 의원회관 단전을 통보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3,000개가 넘는다.
반면 대선주자 검증 공방,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개입 발언 등을 다루는 상임위 회의장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이 같은 상임위에서 상당수 의원들은 자신과 가까운 대선주자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입만 열면 민생과 경제를 들먹이는 금배지들이 오로지 대선 승부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욕 먹어도 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치부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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