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미국 국채 매각에 이어 국부펀드 설립까지 추진 중인 중국 정부의 외환 운용 다변화 정책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올해 말 설립 예정인 중국의 ‘외환관리공사’ 등 신흥국가들의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가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일에는 중국 정부가 4월 한 달 동안 7년래 최대 규모로 미국채를 매각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로버트 키밋 미 재무차관이 베이징(北京)을 직접 오가며 중국 정부에 미국채를 계속 매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가 최근 발표한 국채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4월중 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은 4,140억달러 규모로 58억달러 감소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가 월간 기준으로 순감소한 것은 200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매각 규모도 월 기준으로는 지난 7년 새 가장 많았다.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5월 기준 1조2,020억원으로 세계 1위이며, 미국채 보유액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따라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미국채를 매각할 경우 미국채 금리는 훌쩍 뛰고 달러 가치는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올해 안에 설립할 예정인 외환관리공사의 역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환 운용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보유 외환을 관리하는 국부펀드인 외환관리공사를 세워 사모펀드나 회사채, 주식 등으로 보유 외환의 종류를 다변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부펀드란 국가가 보유한 외환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하는 전문 투자기관으로 1970년대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아부다비 및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넘치는 ‘오일머니’를 효율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투자청, 테마섹 홀딩스 등이 공격적인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이 산유국과 중국 등 신흥 경제국들이 운용하는 국부펀드가 투명성 결여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해당 국가들이 이 펀드를 발판으로 외환 정책에서 권위주의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이 전직 미 재무부 고위 관리는 “불과 1년 전만해도 (재무부에서) 이 같은 국부펀드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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