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환을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이 회장에 대한 조사가 상당 기간 늦어질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20일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만큼 지금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하는 게 타당한지, 대법원 판결 이후 이 회장을 조사하는 게 더 적절한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으나, 지금까지의 검찰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내용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그 동안 이 회장 조사 시기와 관련, “항소심에서도 유죄 선고가 나면 소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대법원 판결 후 소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일보 후퇴’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의 소환 여부가 법조계와 재계의 비상을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이번 사건 수사의 정점인 동시에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33명의 피고발인 중 2003년 12월 삼성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씨를 기소했다. 이후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도 대부분 소환 조사했고,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서면조사 했다. 유일하게 이 회장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대법원 판결 이후 소환 방안을 선택할 경우 이 회장에 대한 조사는 그 시기를 기약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대법원 판결 때까지 조사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만약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 또 다시 소환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검찰 논리대로라면 서울고법의 재판결(파기환송심)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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