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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의 삶과 경영이야기] "순환근무제 시행하니 매너리즘·부서이기주의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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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의 삶과 경영이야기] "순환근무제 시행하니 매너리즘·부서이기주의 사라져"

입력
2007.06.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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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예측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자의 것이다. 10년 뒤 20년 뒤를 상상하라. 상상에서 비전과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국내 고교생들과 만나서 한 말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원래 급진적(radical)이다. 누가 뭐라 하든 끝까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는 뚝심이 필요하다. 정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창의적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나는 100% 동의한다. 그래서 이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리기도 했다. 결국 토플러가 강조하는 미래형 인재의 덕목은 상상력과 다양한 경험, 그리고 의지 셋으로 압축된다. 흥미로운 점은 공부, 즉 지식의 양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물론 책을 통한 지식 역시 경험에 포섭될 것이다.

그러나 토플러는 대학 졸업 후 다양한 경험을 얻기 위해 공장 근로자로 수년간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죽은 지식 보다는 생생한 체험을 더 소중하게 여긴 것인데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늘 ‘공부만 잘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 다양하게 트인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야성(野性)을 주문한다. 혹자는 야성을 지성의 반대 개념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그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야성은 통제된 근성, 즉 혹한의 벌판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근성을 말한다. 밀림의 사자와 호랑이가 늘 사나운 것은 아니다.

배부른 사자와 호랑이는 이빨과 발톱을 숨기는 법이다. 필요할 때 야성이 나온다. 절제된 야성이 개인은 물론 조직을 강하게 만든다.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현대의 기업에 꼭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나는 회사 전체의 야성을 키우기 위해 취임 직후 인사제도 개선에 나섰다. 핵심은 부서 간 칸막이를 제거하되 개개인의 전문성은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둘을 하나로 묶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매너리즘의 온상이자 건전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는 부서 이기주의를 깨려면 순환근무가 급선무였으나 모두들 전문성을 내세워 반대했다.

사내에 화재보험전문가, 특종보험전문가, 선박보험전문가 등을 자처하는 직원은 많았지만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야성의 모험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단칼에 순환근무제를 도입했다. 예상대로 반발이 적지 않았다.

밖으로부터는 원보험사들이 “어떻게 재보험 파트너가 우리보다 더 모를 수 있느냐”는 항의가 접수됐고, 내부에서는 업무량이 늘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추진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시간이 갈수록 직원들은 새 업무에 익숙해졌고 매너리즘과 부서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새 시각으로 업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른 부서의 입장을 헤아리는 아량과 협조적 태도가 싹트자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다양한 경험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이다.

다음은 전문성 강화였다. 재보험은 성격상 국내에 머물러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업이다. 전문성도 국제경쟁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세계 유수 재보험사들과 경쟁할 글로벌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해외 MBA유학과 해외점포 주재연수, 해외 전문기관 위탁교육 등을 강화했고, 매년 전 직원의 10% 정도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주고 있다.

그리고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조직이 어느 정도 틀을 갖춘 뒤 나는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코리안리 인재육성 프로그램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독특한 신입사원 채용과 전 직원이 10년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백두대간 종주훈련이 그것이다.

코리안 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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